[사설] 37년째 시범사업만 하는 비대면진료, 한국은 왜 이 모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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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5.14 17:30 수정2025.05.14 17:30 지면A31

비대면진료 플랫폼 이용자가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1100만 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이다. 정부가 시범사업을 시작한 2023년 6월 이후 올해 4월까지 닥터나우, KB헬스케어 등 플랫폼을 통해 진료받은 환자도 100만 명이 넘는다. 비대면진료에 참여하는 의사와 약국도 크게 늘었다. 플랫폼 제휴 의사가 1543명에 달하고, 전국 약국의 78.1%인 1만9763곳이 이곳을 통해 처방전을 접수하고 있다. 환자들의 만족도 역시 높다. 하지만 언제 중단될지 모르는 ‘시한부’ 시범사업에 머물러 있는 까닭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처음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시작된 것은 1988년이다. 그동안 정부마다 ‘유비쿼터스-헬스’ ‘E-헬스’ ‘원격진료’ 등 이름을 달리한 시범사업을 통해 제도화를 다짐했지만, 늘 의사단체 등의 반대에 가로막혔다. 37년간 시범사업에서만 맴돈 셈이다. 국회 역시 마찬가지다. 17대 국회 때부터 비대면진료 허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2대 국회에서도 법안 두 건이 발의돼 있지만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코로나19 기간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진료는 엔데믹 이후 시범사업으로 전환됐다. 의약품 배송까지 가능했던 코로나19 때와는 달리 대상 환자나 병원 등에 제한이 많았다. 그러다가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의료 공백이 커지자 다시 제한이 대폭 풀렸다. 이처럼 제도화가 안 되면 언제든 오락가락할 수밖에 없다. 이재명 후보가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공약으로 내세우긴 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대상 등에 엄격한 제한을 두겠다는 입장인 만큼 대선 이후에는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모를 일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비대면진료를 법제화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거동이 어려운 노인, 장애인 등 의료 약자는 물론이고 국민 모두가 편리해지는 제도를 안착시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 첨단 의료산업 발전과 외국인 환자가 한국을 찾게 하는 K의료의 약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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