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환시장이 마침내 24시간 개방의 첫발을 내디딘다. 오늘부터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거래가 주말을 제외하고 24시간 연속 거래 체제로 전환된다.
기존에는 오전 2시부터 9시까지 거래 공백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이 시간대에 발생하는 해외 변수도 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 수출입 기업은 야간의 환율 변동 위험을 헤지(위험회피)할 수 있고, 서학개미의 환전 편의성도 높아졌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지적을 받아온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의 쏠림도 일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개방은 무엇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30년 가까이 굳어진 폐쇄적인 외환시장의 틀을 완전히 벗어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조치로 평가된다. MSCI 선진국지수 편입 논의 과정에서 지적된 외환시장 접근성 문제도 해결됐다.
그러나 시장의 판이 커진 만큼 감내해야 할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외환시장 변동성이다. 올해 상반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1484.56원으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상반기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 거래량이 적은 야간이나 새벽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거나 이탈하면 작은 충격에도 환율이 요동칠 수 있다.
정부는 24시간 시장 개방의 효과를 과신해선 안 된다. 원화 약세의 본질은 거래 시간 부족이 아니다.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과 내국인의 해외 투자 확대, 달러 보유심리, 고환율 기대가 맞물린 구조적 수급 불균형이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는 외환시장을 밤새워 열어도 원화 불안은 멈추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해법은 자본시장의 신뢰도를 높여 원화를 보유할 이유를 마련하는 것이다. 원화 국제화를 위한 로드맵과 역외 원화결제 인프라 등 중장기 대책도 구체화해야 한다.
외환시장 개방은 대한민국 금융의 체급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높이는 시험대다. 금융당국과 은행은 야간 유동성 관리, 이상 호가 감시 등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추고 정교한 운용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 ‘원화 국제화’ 시도가 시장 교란이라는 부작용에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된다.

1 week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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