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집 짓는데 모래가 부족하네요.”
국토 대부분이 모래사막인 중동 국가들은 고층 빌딩을 지을 때 외국에서 모래를 사 옵니다. 2024년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수입한 모래 규모만 4240만달러어치에 달해요.
수천 년 동안 바람에 깎인 사막 모래는 알갱이가 너무 둥글고 매끄러워 콘크리트로 반죽하면 단단하게 뭉치지 못하고 푸석푸석하게 부서져요. 건물 뼈대에는 모서리가 각진 강바닥이나 바닷가 모래가 필요하죠.
원유나 철강을 가장 많이 가진 나라들도 오히려 해외 자원을 사다 쓰는 일이 있어요. 땅에 묻힌 광물을 무작정 캐내는 비용보다 외국 자원을 들여오는 편이 경제적으로 훨씬 유리할 때가 많기 때문이죠.
미국은 셰일 혁명을 거치며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 됐어요. 그런데 정작 미국 정유업계는 하루 평균 851만배럴(2023년 기준)에 달하는 원유와 석유 제품을 수입하고 있죠. 미국 땅에서 나는 원유는 가벼운 경질유가 대부분인데 멕시코만 주변 정유 공장 설비는 끈적한 중질유 전용으로 만들어졌거든요.
공장 기계를 경질유에 맞춰 통째로 바꾸려면 큰 비용이 들다 보니 비싼 자국산 경질유는 수출하고 멕시코·캐나다·중동에서 저렴한 중질유를 수입해 정제 마진을 크게 남기는 방식을 택했어요.
매장량이 아무리 풍부해도 품질이 떨어지면 외국산을 찾게 돼요. 세계 2위 석탄 대국인 인도는 2024년 호주와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발전용 석탄 2억4300만t을 수입했어요. 인도 석탄은 불순물과 재 함량이 최대 절반 가까이 돼요. 불순물이 많다 보니 열효율이 떨어지고 발전소 보일러 고장도 자주 일으켜요.
그 때문에 품질 좋은 해외 석탄을 들여와 자국산과 섞어 태우는 혼합 연소 방식을 쓰고 있어요.
중국 철광석 시장도 비슷합니다. 중국은 세계 3위권 철광석 생산국이면서 동시에 2024년 기준 12억4000만t을 사들인 세계 최대 수입국이에요.
중국산 원광석은 철 함유량이 20~30% 수준에 불과한 저품위 자철석이 대부분이에요. 뽑아내는 과정에서 에너지 낭비가 심하고 환경 오염도 유발하죠. 생산 단가를 낮추고 환경 규제를 지키기 위해 호주와 브라질에서 고품위 적철석을 대거 수입하고 있어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가공 공정에서도 경제성이 중요하게 작용하는데요. 중국의 리튬 매장량은 세계 2위 수준이지만 2024년 전 세계 탄산리튬 수입량 69%를 ‘싹쓸이’했어요. 중국에 묻힌 리튬은 주로 ‘홍운모’ 형태라 추출에 1000도 이상 초고온이 필요하고 맹독성 폐기물이 발생해요. 화학 결합이 단순해 가공하기 쉬운 호주산 스포듀민을 수입하면 추출 공정을 표준화하고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죠.
마지막으로 알루미늄 원료인 보크사이트 시장 역시 채굴 비용보다 가공 효율이 전체 공급망을 좌우해요. 중국은 알루미늄의 원료인 보크사이트 매장량이 높아요.
하지만 2025년 아프리카 기니 등지에서 2억50만t을 수입했어요. 중국산 ‘다이아스포어’는 결정 구조가 치밀해 알루미나를 추출할 때 240~280도 고온·고압 환경이 필수적이에요.
반면 기니산 ‘기브자이트’는 140~150도 환경에서도 쉽게 분리할 수 있어 가공 에너지를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죠. 2025년 기니가 수출한 보크사이트 1억8280만t 중 74%가 중국으로 향한 까닭이에요. 김덕식 기자·방예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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