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가 만든 숨겨진 '빚의 탑' 1조 달러 돌파…금융시장 새 뇌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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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5.05 13:00 수정2026.05.05 14:32

'Blue Owl Capital'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Blue Owl Capital'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사모 펀드가 보유 자산을 담보로 다시 돈을 빌리는 '펀드파이낸스(Fund Finance)' 시장이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최근 금융 불안의 진원지로 꼽히는 사모 펀드의 위험이 다른 펀드와 보험사, 구조화 금융 상품 등을 거치면서 복잡해지면서다. 사모펀드의 위험 수준이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커지는 펀드파이낸스

8일 로이터통신이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지난달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글로벌 펀드파이낸스 시장 규모는 올해 1조 달러를 돌파했다. 펀드파이낸스는 펀드 자체에 대한 대출·레버리지를 뜻한다. 일반 기업이나 자산에 직접 대출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모펀드 등 펀드에 자금을 빌려주는 금융 구조다.

펀드파이낸스는 크게 세 단계로 진화했다. 처음에는 투자자들이 앞으로 내기로 약속한 돈을 담보로 은행에서 먼저 돈을 빌리는 ‘구독 라인’이 중심이었다. 이후에는 펀드가 이미 사들인 기업 지분이나 자산의 평가 가치를 담보로 다시 돈을 빌리는 ‘순자산가치(Net Asset Value·NAV) 대출’이 커졌다. 최근에는 이 두 방식을 결합해 앞으로 들어올 투자금과 이미 보유한 자산을 모두 담보로 잡는 ‘하이브리드 대출’이 확산하고 있다.

문제는 이 구조가 커질수록 사모펀드 내부에 빚이 여러 겹으로 쌓인다는 것이다. 사모 신용 펀드가 NAV 시장에서 차입자이자 동시에 다른 펀드에 돈을 빌려주는 대출자가 됐다는 것도 문제다. '빚 위에 다시 빚을 쌓는' 구조다. 일부 은행은 NAV 대출을 자산유동화증권(ABS)으로 묶어 자본시장에 다시 팔기 시작했다. 펀드 안의 위험이 보험사와 채권 투자자에게로 전이되고 있다.

관련 균열은 이미 환매 창구에서 나타났다. 블루아울 캐피털의 두 리테일 사모 신용 펀드는 최근 각각 순자산의 40.7%, 21.9%에 달하는 환매 요청을 받았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1분기 환매 요청 총액은 54억 달러에 달했고, 블루아울은 14억 달러어치 자산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했다. 마크 립슐츠 블루아울 공동창업자는 "최근 시장 우려는 사모 신용의 부채 그 자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기업의 자기자본 가치 하락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랙스톤의 820억 달러 규모 'BCRED' 펀드는 최근 37억 달러 환매 요청을 받았다. 모건스탠리 사모 신용 펀드는 환매 요청의 45.8%만 돌려줬다. 블랙록 'HLEND'도 12억 달러 요청 중 6억 2000만 달러만 반환했다. 이 펀드 포트폴리오의 19%는 소프트웨어 업종이었다. 다만 모든 운용사가 같은 처지는 아니다. 오크트리 사모 신용 BDC는 8.5% 환매 요청을 전액 수용했다.

이번 균열의 진원지는 소프트웨어다. 지난 10년간 사모 신용 펀드의 핵심 차주는 안정적인 구독 매출을 보여준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 기업들이었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이 코딩과 고객 응대 영역의 진입 장벽을 무너뜨리면서 관련 회사들의 강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모펀드가 만든 숨겨진 ‘빚의 탑’ 1조 달러 돌파…금융시장 새 뇌관 되나

JP모간은 지난달 사모 신용 펀드 대출의 담보 가치를 하향 조정했다. UBS는 최악 시나리오에서 사모 신용 내 소프트웨어 부문 부도율이 기존 2~5%에서 최대 15%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는 사모 신용 부도율이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연이율 8% 수준으로 오를 수 있다고 봤다.

높아지는 사모펀드 차입자 부도율

이미 관련 수치가 나오고 있다. 피치 레이팅스에 따르면 미국 기업 사모 신용 차입자의 부도율은 작년 9.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무디스는 NAV의 현물 지급(Payment-in-Kind·PIK) 형태의 대출인 이자를 현금이 아닌 원금에 가산해 만기에 한꺼번에 갚는 구조가 들어가 있는 것도 우려했다. 부실이 가시화되는 시점이 더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생명보험사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과 무디스 자료를 인용해 미국 생명보험사 대차대조표의 약 35%가 넓은 의미의 사모 대출에 묶여 있다. 저금리 시절 고수익을 좇아 비유동 자산 비중을 급격히 늘린 결과다.

시장의 의심은 커지고 있다. 데이터 업체 ORTEX 기준 미국 주요 10개 생보사에 대한 공매도 포지션은 약 53억 달러로 1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었다. S&P500 미국 보험 지수는 올해 들어 5%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S&P500 지수는 4.7% 상승해 뚜렷한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 전미보험감독자협의회(NAIC)에 따르면 미국 보험사들의 담보부대출채권(CLO) 보유액은 2024년 말 기준 2768억 달러로, 2018년 이후 두 배 이상 늘었다. NAIC는 지난달 이슈 브리핑 보고서에서 CLO의 가장 위험한 부분에 투자할 때 더 많은 자본을 쌓도록 했다. CLO 잔여 트랜치는 손실이 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구조다. NAIC가 여기에 45%의 위험기준자본 부담을 매기기로 했다.

보험사들이 높은 수익률만 보고 위험한 CLO를 지나치게 사들이는 것을 막겠다는 신호다. CLO의 후순위·고위험 부분에 과도하게 투자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조치인 셈이다. 다니엘 라우니 메디오바카 자산운용 채권 부문 책임자는 지난달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단일 보험사 한 곳의 폭발보다 더 큰 문제는 생명보험·연금·자산운용을 아우르는 사모 신용 자산군의 구조적 취약성이다"라고 지적했다.

사모펀드가 만든 숨겨진 ‘빚의 탑’ 1조 달러 돌파…금융시장 새 뇌관 되나

흔히 사모 신용은 '은행 밖 신용'으로 불린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무디스에 따르면 미국 주요 은행들이 공시한 사모 신용 관련 익스포저(노출)는 합산 1080억 달러다. JP모간은 1분기 500억 달러, 씨티는 220억 달러, 웰스파고는 362억 달러를 공개했다.

미국 은행이 작년 말 기준 비예금취급 금융기관(NDFI)에 제공한 대출은 3480억 달러, 사모펀드(PE)에 제공한 대출은 3410억 달러에 달한다 JP모간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한 마리 바퀴벌레를 봤다면 그 뒤에 다른 바퀴벌레가 더 있을 수 있다"고 말해 추가 부실 가능성을 경고했다.

일각에선 "우려 수준 아니다"

일각에선 반론도 만만치 않다. 토비아스 아드리안 IMF 통화·자본시장 국장은 지난달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 브리핑에서 "사모 신용 부도율은 현재 2~3%이며, 불리한 시나리오에서도 4~6%로 흡수할 수 있는 범위"라고 평가했다. 그는 "전 세계 직접 대출 시장 약 2조 달러 가운데 환매할 수 있는 반 유동성 구조는 약 15%, 3000억 달러 정도이며 환매 게이트가 시스템 리스크를 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 비중이 더 커지면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최근 일부 자금 흐름도 사모 신용 위기론을 반박한다. 에어리스 매니지먼트는 지난 1분기에 약 300억 달러를 모집해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펀드레이징을 기록했다. 블랙스톤 운용자산은 1조 3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CEO는 "기관투자자와 보험사가 블랙스톤 신용 플랫폼 운용자산의 75%를 차지하며 이들은 변동성 국면에서도 대규모 자금을 약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규제 당국은 움직이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최근 보험감독 당국과 회의를 열어 펀드 레벨 레버리지, 등급 산정 일관성, 역외 재보험을 점검했다. 사라 브리든 영국중앙은행 부총재는 지난달 강연에서 "사모 신용은 투명성이 더 낮고 가치평가가 현실을 뒤따른다"며 "레버리지가 차입자·펀드·스폰서 레벨에 겹쳐 쌓인 '레이어 케이크(layer cake)'와 같아 측정이 어렵다"고 경고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지난달 "사모 신용은 은행과는 전혀 다른 동물"이라며 보험사·은행·사모펀드의 상호 연계를 전면 분석하겠다고 밝혔다.

사모펀드가 만든 숨겨진 ‘빚의 탑’ 1조 달러 돌파…금융시장 새 뇌관 되나

한국도 영향권에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주요 12개 증권사가 펀드 형태로 판매한 해외 사모 대출 잔액은 2023년 말 11조 8000억 원에서 2025년 말 17조 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 판매 잔액은 1154억 원에서 4797억 원으로 4배 이상 늘었다. 보험사 자체 투자분까지 합치면 국내 금융회사 투자 규모는 20조 원을 웃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3월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보험사의 해외 사모대출 펀드 익스포저를 약 29조 원으로 언급하며 "해외 사모대출 펀드는 정보 비대칭성이 크고 위험도가 높은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복잡한 레버리지 구조를 고객에게 제대로 설명했는지 의문"이라며 사실상 불완전판매 점검을 예고했다.

장기 자금 운용 기관 위험 노출도 만만치 않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국민연금 대체투자 규모는 234조 4000억원으로 전체 기금의 14.6%를 차지한다. 한국은행은 3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2024년 말 국내 광의의 NBFI 자산이 6213조 원으로 예금취급기관(5504조 원)을 이미 웃돌았다고 밝혔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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