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 간 경영권 분쟁이 한창인 가운데 10명 중 6명은 단기차익 실현에 기업가치가 훼손될 것을 우려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내에 사모펀드(PEF)가 도입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PEF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우세했다는 분석이다.
24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8~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57.5%는 사모펀드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긍정적 응답(21.9%)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또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 합병이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58.4%는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긍정적’ 응답은 19%에 그쳤다.
사모펀드들이 기업에 대한 인수 과정에서 내세우고 있는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등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61.1%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 이에 반해 신뢰한다는 답변은 18.6%에 그쳤다.
이와 함께 사모펀드의 인수합병(M&A)에 대한 대응방안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5%는 ‘규제 강화’를 선택했고, 이어 33.6%가 ‘경영권 방어 수단 강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사모펀드의 고려아연 사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강했다.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단기차익 실현 등을 추구해 기업가치가 하락하고 장기적인 성장성 훼손될 것에 공감하는 의견은 60%(60.5%)로 조사돼,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22.5%)의 3배에 가까웠다.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중국 등 해외로 매각하거나 기술과 핵심인력이 유출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64.8%가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는 사모펀드가 단기적인 수익 극대화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한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사모펀드는 인수한 기업의 몸값을 올려 되파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따라서 기업의 미래 성장성보다는 단기 실적 확대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모펀드들은 국내에서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 수단은 전무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사모펀드 시장(약정액 기준) 규모는 136조4000억 원에 달했다. 2004년 제도 도입 이후 20년 만에 341배 성장한 규모다.
이에 최근 금융감독원은 국내 주요 사모펀드들과 간담회를 열어 사모펀드의 책임성 강화와 자본시장의 주체로서 건전한 역할을 주문하기도 했다.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 수단 역시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책임과 역할론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기업 입장에선 차등 의결권, 포이즌필 등 주요 경영권 방어 수단이 확보돼야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