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신기하다고 해요. 사람 입에서 어떻게 그런 소리가 나냐는 게 기본 반응입니다."
실력파 비트박서들이 모인 그룹 비트펠라하우스는 이같이 말했다.
비트펠라하우스는 최근 멤버 윙(본명 김건호)이 음악방송에서 자작곡 '도파민' 무대를 선보이며 떠오른 화제의 팀이다. 당시 윙은 MR(반주)이 전혀 깔리지 않은 상태에서 '입'만으로 각종 전자음과 멜로디를 구현해내 놀라움을 안겼다. 악기 하나 없음에도 풍성한 사운드가 화려한 레이저와 어우러졌다.
비트박스에 대한 기억이 후니훈의 '북치기 박치기'에서 끝난 대중들에게 마이크 하나만 쥐고 완성도 있는 무대를 꾸며내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문화적 충격'이었다.
음악방송 무대가 주목받으며 각종 예능·음악 프로그램에서 러브콜이 쏟아졌고, 최근에는 가수 지드래곤의 단독 콘서트에서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윙은 "감사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평소에는 하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몸은 힘들지만 재미있다"고 말했다.
윙이 속한 비트펠라하우스는 비트박스 챔피언들과 1명의 보컬로 이루어진 5인조 팀이다. 학창 시절부터 각종 비트박스 대회에 함께 출전하며 친분이 있었던 히스(본명 최현서), 윙, 헬캣(장대현), 허클(박시훈)과 뮤지션 옐라이(임영은)가 뭉쳐 '비트펠라'와 '아카펠라'를 합친 의미의 비트펠라하우스를 2023년 결성했다.
비트펠라하우스는 그간 '롭 로이(Rob Roy)', '캔디 띠프(Candy Thief)' 등 직접 만든 곡을 발매했고, 솔로 및 유닛으로도 다양하게 활동하며 입으로 내는 소리의 매력을 알려왔다. 프로듀싱을 하는 히스는 트럼펫·트롬본 등 멜로디 계열의 악기 소리를 주로 낸다. 여기에 윙과 허클이 기계음으로 쓰이는 베이스 라인 및 드럼으로 소리를 채우고, 헬캣이 랩과 추가적인 드럼 사운드로 곡을 더 매끄럽게 만든다. 옐라이는 때로는 개성 있는 알앤비 보컬을, 때로는 시원하게 내뱉는 랩으로 곡의 정체성을 또렷하게 완성한다.
이 모든 건 어떠한 장비도, 악기도 없이 오로지 입과 마이크만으로 이루어진다. 히스는 "솔로로 비트박스를 할 땐 혼자서 소리를 다 채워야 하니까 다양한 고난도 테크닉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비트펠라하우스로 작업물을 만들 땐 각자 할 수 있는 게 많음에도 절제하는 것 같다. 각자 한 파트씩 중요한 걸 맡고 소리가 합쳐졌을 때 지저분하지 않고, 하나의 음악처럼 들리게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어떤 걸 하라고 딱 정하지 않아도 각자의 육각형 능력치에서 뾰족한 부분이 있다 보니 파트 분배가 자연스럽고 깔끔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곡 작업 역시 자유분방한 분위기에서 진행된다고 했다. 윙은 "비트박스라는 장르 자체가 애초에 이론화된 개념을 배우는 게 아니라서 '맨땅에 헤딩' 식으로 연습했다. 영상을 온종일 돌려보면서 입 모양을 따라 해본다던가, 우리끼리 만나서 새로운 기술을 습득했냐고 의견을 나누는 식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캔디 띠프'도 조금 신나는 하우스 음악을 하나 만들어보자는 말에서 시작됐다. 제가 베이스를 깔아보겠다고 하면 그 위로 히스, 헬캣이 하나씩 소리를 더해보는 식이었다. 그렇게 다섯 명이 쭉 둘러앉아서 마이크를 대고 해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컬인 옐라이는 "MR에 맞춰 노래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무대에서도 완전히 다른 에너지를 보여드릴 수 있다"면서 "비트박서 친구들이 내는 소리는 매일매일 들어도 새롭다"고 팀만의 차별화된 시너지를 강조했다.
멤버들과 비트박스와의 만남은 모두 학창 시절 때 시작됐다. 윙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사촌 형이 비트박스 하는 걸 본 뒤로 인터넷을 뒤지며 독학했고, 헬캣 역시 중학교 2학년 때 비트박스 하는 친구의 모습에 반해 독학을 시작했다. 허클은 중학교 2학년 시절 펜을 두들겨 비트를 만드는 짝꿍의 모습을 보고 따라 한 게 첫 인연이었다고 했다. 히스도 마찬가지로 같은 반 친구의 영향을 받았다.
윙과 헬캣은 배틀에서 두 번이나 맞붙은 적도 있었다. 과거에는 "오묘한 기분"이었지만, 이제는 동료애가 생겼다며 웃었다. 윙은 "학창 시절에는 말 그대로 경쟁 상대였다. 열심히 싸운 기억이 있다. 그런데 1년여 전 일본에서 세계 대회 배틀이 열렸을 때는 라이벌이라기보다는 동료 느낌이더라. 공연하는 기분이었다. 헬캣이 하는 도중에 나도 거기에 소리를 올리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한국인 최초 아시아 비트박스 챔피언', '최연소 비트박스 대회 바이스 챔피언', '한국 비트박스 챔피언' 등 각종 타이틀을 비트펠라하우스 멤버들이 지니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비트박스 대회인 그랜드 비트박스 배틀(Grand Beatbox Battle)에서 히스는 2위, 윙은 3위의 기록을 보유 중이다. 지금도 하반기에 열릴 GBB 연습에 한창이라고 했다.
세계 무대에서 한국 비트박스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묻자 허클은 "꽤 높은 편이지 않나 싶다. 개인적으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자신감 넘치게 말했다.
이들은 단 한 번도 음악 하는 걸 후회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히스는 "며칠 동안 음악을 아예 안 하고 쉬어도 봤는데 인생이 너무 재미없더라. 음악 할 때 도파민 분비가 제일 많이 되고 내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성공하든 안 하든, 돈을 벌든 그렇지 못하든 음악은 평생 하겠다는 마음"이라고 털어놨다. 옐라이도 "노래할 때 제일 행복하다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직 해볼 것이 많다는 비트펠라하우스였다. 히스는 "늘 벽에 부딪혔던 것 중 하나가 '어떻게 비트박스를 대중들에게 음악으로 느끼게 만드냐'는 거였다. 그런데 지금 너무 감사하게도 비트박스라는 문화가 많이 알려지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 지금까지 해온 게 헛되지 않았다고 느낀다. 앞으로도 멋있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한다. 대중분들이 더 재미있고 즐겁게 소비할 수 있는 비트박스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헬캣은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져서 없던 사인도 만들었다"며 "부담감도 있지만 무엇보다 너무 감사하다"고 전했다. 윙은 '페이커 닮은 꼴'이라는 반응도 얻고 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닮았다는 댓글을 달아주셔서 영상을 한 번이라도 더 봐주시고, 그게 알고리즘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닐까 싶다. 낙수효과가 아닐지"라면서도 "며칠 전에 아빠가 그 사실을 알고 '건호야 너 정말 똑같이 생겼다'고 하더라. 아빠가 그렇게 느낄 정도면 확실히 닮은 거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원대한 목표도 마음에 품고 있었다. 히스는 "그래미상을 받고 싶다"고 했고, 허클은 "본인의 장르를 살린 앨범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윙은 "상상도 못 한 것들을 전부 해보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지난 한 달간 겪었던 일들도 비트박스를 시작할 땐 다 상상하지 못했던 거였거든요. 누가 대중적으로 유명해지기 위해서,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나 지드래곤 콘서트에 나가기 위해서 비트박스를 배우겠어요. 이제는 비트박스로 전 세계 투어를 해보고 싶어요. 지구상에 비트박스로만 두 시간씩 하는 콘서트는 없어요. 이 역시 상상도 못 할 일이죠. 비트박스로만 1시간 반~2시간을 들어도 재미있고, 새로운 음악처럼 들리도록 하는 게 저희의 목표입니다. 혼자서는 힘들 수 있는데 다섯 명이 함께라면 가능한 일입니다."
K컬처의 화려함 뒤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땀방울이 있습니다. 작은 글씨로 알알이 박힌 크레딧 속 이름들.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스포트라이트 밖의 이야기들. '크레딧&'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을 하는 크레딧 너머의 세상을 연결(&)해 봅니다.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