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빼고 다 매각 … 재무건전성 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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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규 동양생명 대표
행시 수석이 '비주류' 보험전문가로
신한·우리금융서 잇달아 보험사 인수
보험은 상품보다 판매혁신이 승부처
인터넷 보험사보다 빨리 가입하고
보험료도 편하게 타도록 노력해야

사진설명

한 번도 아닌 두 번. 대형 보험사의 인수·합병(M&A)을 진두지휘한 경험 횟수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합병 주도와 통합 신한라이프 대표이사직 수행,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와 동양생명 대표이사 취임까지. 그리 길지 않은 한국 보험사에서 성대규 동양생명 대표의 경력은 단연 눈에 띈다.

1989년 33회 재경직 행정고시에 수석으로 합격하며 공직에 발을 들인 그는 "사실 보험이 아니라 금융 정책이나 세제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통상 수석 합격자들이 가는 길이 그래서다. 하지만 1995년 재정경제원 내 보험제도담당관실 사무관으로 시작된 성 대표의 보험과 인연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 정도면 '보험이 운명'이다.

공직에서 은퇴한 후 보험개발원장을 지냈고 2019년엔 조용병 당시 신한금융 회장의 '러브콜'을 받고 신한생명의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주도했다. 합병 후 출범한 신한라이프의 초대 대표이사를 지내고 이사회 의장까지 지내며 끝나는 줄 알았던 그의 보험과 인연은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로 계속 이어졌다.

'포트폴리오 확보'라는 목표 아래 야심 차게 추진한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지만, 갈 길은 멀다. 당장 금융지주의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을 올려야 하는데, 새로 정비해야 하는 보험사가 증자는커녕 비용 절감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대표 취임 후 매일경제와 첫 공식 인터뷰를 한 성 대표는 "매각 가능한 모든 부동산과 위험 자산인 주식을 정리하며 고통스러운 재무 건전성 제고 작업을 하고 있다"며 "배당은 못할망정 우리금융에 부담이 될 수는 없다. 인력을 제외한 모든 걸 줄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금융 우산 아래에서 시너지를 내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시니어 사업을 확대하고 해외 진출 기반도 만들겠다고 했다.

-우리금융그룹 편입 이후 최우선으로 추진 중인 과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재무 건전성 확보다. 취임 후 주식 등 위험 자산과 대체투자 비중을 대폭 줄였다. 그 결과 취임 6개월 만에 킥스(K-ICS·신지급여력제도) 비율을 150% 미만에서 180% 이상으로 30%포인트가량 끌어올렸다. 지주에 증자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내 철칙이다. 앞으로도 증자 없이 자체 배당 능력을 갖춘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증명해 내겠다."

-보유 중인 부동산 자산 매각 속도가 빠른데.

"부동산은 킥스 비율상 요구 자본을 많이 차지한다. 골프장을 포함한 주요 부동산 자산은 조건만 맞으면 모두 매각한다는 원칙이다. 이를 통해 건전성을 높이고 자본 효율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인력 구조조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재무·회계·정보기술 분야 전문 인력을 적극 확충해 조직의 기초 체력을 다지고 있다."

-보험 업계의 판매 채널 경쟁이 치열하다. 동양생명 전략은.

"외형을 키우기 위해 법인보험대리점(GA) 위주로 영업해왔지만, 이는 손해율 상승과 유지율 하락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과거 관료 시절 GA를 처음 허용했던 취지는 소비자의 비교 선택권을 넓히자는 것이었지만, 현재는 마진 없는 출혈 경쟁으로 변질됐다. '제판 분리(제조와 판매 분리)'가 무조건 정답은 아니다. 보험은 결국 판매가 핵심이며 회사 정책을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는 전속 조직이 뒷받침돼야 한다. 1000여 명 규모인 전속 채널을 점진적으로 육성해 채널 포트폴리오를 내실 있게 재편할 것이다."

-디지털·인공지능(AI) 도입을 통한 프로세스 혁신을 강조해왔는데.

"보험상품은 차별화가 어렵다. 독창적인 상품도 몇 달이면 다 똑같아진다. 결국 승부는 가입부터 보험금 지급까지의 '프로세스 혁신'에서 갈린다. 보험개발원장 시절 국내 최초로 AI 약관 심사를 도입했던 것처럼 동양생명에서도 언더라이팅(인수 심사)과 지급 심사에 AI를 전면 배치할 계획이다. 사람의 개입을 줄여 정확도와 속도를 높이는 것이 진정한 서비스 경쟁력이다."

-우리금융그룹 내 은행 등 계열사와 시너지는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

"금융지주 체제의 강점을 살려 '시니어 토탈 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 은행은 신탁을 할 수 있고, 보험사는 요양 사업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치매 환자가 가족의 개입 없이도 자신의 자산으로 원하는 요양 시설에서 치료받을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이것이 금융의 사회적 책임이다. 동양생명은 3~4년간 전열을 가다듬은 뒤 지주 차원에서 요양 사업 등 시니어 비즈니스를 본격화할 것이다."

-국내 보험 시장의 한계 극복 복안은.

"국내 시장은 저출생·고령화로 성장에 명백한 한계가 있다. 금융지주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있기에 단기적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해외 시장 영토 확장에 적극적으로 도전해 신성장 동력을 찾겠다."

성대규 대표

△1967년생 △능인고 졸업 △한양대 경제학 학사, 동대학원 경영학 석사, 미국 유타대 법학 박사 △33회 행정고시 △재정경제부 보험제도과 서기관 △주프랑스 한국대사관 재정금융관 △금융위원회 보험과·은행과 과장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위원 △보험개발원장 △신한라이프 대표 △우리금융 인수추진단장 △2025년~동양생명 대표

[차창희 기자 / 박인혜 기자 / 이희수 기자 / 사진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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