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2년간의 병원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소설가 황시운(50)은 소셜미디어에 이런 글을 올렸다. 2011년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뒤였다. 몸은 달라졌지만 소설은 계속 쓸 수 있단 걸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그리고 그 약속은, 지난달 29일 15년 만에 내놓은 새 장편소설 ‘환한 어둠’(마디북)으로 지켜졌다.
7일 경기 군포시에 있는 자택에서 만난 황 작가는 모로 누워서 글을 쓴다. 오래 앉아 있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누운 자세로는 키보드를 두드릴 수 없으니, 태블릿PC에 펜으로 원고를 쓴다. 손글씨 원고는 다음 날 다시 컴퓨터로 옮겨 PDF 파일로 정리한다. 왼쪽으로 오래 누워 작업하다보니, 몸 한쪽 피부가 검게 착색되기도 했다. 하지만 황 작가는 “더디지만 제게 가장 익숙한 방식”이라며 웃었다.
2007년 등단한 황 작가는 2011년 장편 ‘컴백홈’으로 창비장편소설상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같은 해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 창작실에 머물던 중, 산책을 나갔다가 돌다리에서 발을 헛디뎌 수 미터 아래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척추를 다쳤다.
그의 소설에서 장애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삶의 조건이다.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겪는 시간과 몸의 감각, 고립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장애는 시간을 잡아먹는 괴물이란 말이 있어요. 뭘 해도 비장애인보다 몇 배는 오래 걸리죠. 화장실 가는 것부터 목욕하고 씻고 옷 입는 것까지, 모든 데 시간이 많이 듭니다.”그가 지난해 ‘월급사실주의’ 동인으로 발표한 단편소설 ‘일일업무 보고서’도 그런 현실에서 출발했다. 장애인 의무고용제 아래 재택근무를 하는 노동자의 하루를 그린 작품이다. 황 작가 역시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하루 4시간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반복되는 업무와 통증, 존재가 투명인간처럼 취급되는 감각은 그가 직접 겪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누군가는 써야 하지 않을까요. 장애 당사자가 직접 이런 소설을 쓰는 경우가 많지 않았으니까요. 그런 작가들이 많아지면 사람들도 소설에서, 영화에서, 그리고 일상에서 장애인을 만나는 일이 자연스러워질 거예요.”
그는 자신의 소설이 “누군가의 시선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도 했다.
“장애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든 공무원이든, 이걸 읽고 관심이 생길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 조금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우연을 기대하는 거죠.”
13년 전 황 작가는 “머리는 안 다쳤다”고 적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 몸이 허락하는 ‘가장 느린 방식’으로 소설을 쓰고 있다. 인터뷰 말미, 그는 각자의 방식으로 글쓰는 이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제가 아는 분은 근육병이 있어서 손을 못 움직이세요. 눈동자로 자판을 치면서 에세이를 쓰십니다. 장애가 있는 사람도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잖아요. 그걸 조금은 자연스럽게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군포=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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