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연체자에 가혹” 지적에
상환유예·감면 등 적극 추진
당국의 포용금융 평가도 한몫
금융사 건전성 악화 우려도
“결국 대출 문턱만 올라갈것”
올해 들어 연체자들에 대한 은행권의 자체 채무조정이 전년 대비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취약자에 대한 대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재명 대통령과 금융당국의 압박에 금융사들이 경쟁적으로 연체자의 빚을 조정해준 결과로 풀이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자체 채무조정 실행 건수는 올해 들어 4월까지 461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183건) 대비 4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금액(원금 기준) 역시 전년 동기 대비(105억원)보다 3배 이상 급증한 359억원을 기록했다.
은행권 자체 채무조정은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이나 법원의 개인회생·파산 등 공적 채무조정과는 달리 금융사가 고객의 빚을 자체적으로 조정해주는 제도다.
2024년 10월 개인채무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대출 원금 3000만원 미만 연체자는 금융회사에 직접 채무조정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연체자가 채무조정을 요청하면 금융사는 연체자의 변제 능력, 회수 가능성과 비용, 자사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행 여부를 열흘 이내 연체자에게 안내해야 한다. 금리 인하, 상환 유예, 분할 상환, 일부 감면 등이 반영된 채무조정안을 금융사가 제시하면 채무자가 최종적으로 수락 또는 거절해 조정이 이뤄진다.
금융사의 자체 채무조정이 증가하는 배경에는 정부의 다양한 압박 정책과 인센티브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개인 연체채권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금융회사 자체 채무조정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들을 대거 내놓았다. 우선 금융회사별 채무조정 실적을 공시하도록 하고, 해당 실적을 포용금융 종합평가체계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 같은 평가 결과는 향후 각 금융사가 정책서민금융기관에 내는 출연금 규모를 결정짓는다.
또 금융회사가 연체 발생 후 1개월 내에 연체자에게 채무조정요청권을 별도로 안내하도록 의무화했다. 지난달 초엔 금융감독원이 5대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개인채무자보호법 준수 여부를 점검하기 위한 수시 검사에 나서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직접 “연체 채권에 우리 사회가 너무 가혹하다”며 은행권에 선제적인 채무조정을 압박하고 있는 것도 은행권의 움직임을 빨라지게 하는 요인이다.
이 같은 압박에 시중은행들은 경쟁적으로 채무조정을 늘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부터 연체 고객 중 연체 기간이 6년을 넘은 1000만원 이하 소액 특수채권 보유자들의 미수 이자를 일괄 면제하고 추심활동도 중단했다. 신한은행도 최근 내부 심사 기준을 완화해 적극적으로 연체자들의 채무조정요청권을 승인해주고 있다.
은행권 최초로 비대면을 통한 채무조정 요청 채널과 개인채무조정을 위한 비대면전담팀을 구성해온 KB국민은행은 오프라인 채무조정 서비스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서울과 인천에 이어 지난 4월 대구, 대전, 부산 등에 채무조정을 담당하는 KB희망금융센터를 추가로 개소한 것이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 역시 전담팀을 구성해 연체자들을 대상으로 전문 상담을 지원하는 한편 모바일 앱을 통해 채무조정요청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채무조정 확대 움직임이 금융권 건전성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체율이 계속 높아지는 상황에서 금융당국 기조에 따라 채무조정을 계속 늘리면 결국 대출 문턱이 올라가는 등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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