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아동만 450만명, 무료 아침급식 긴급 도입”…다시 드리운 ‘영국병’ 그림자 [기자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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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아동만 450만명, 무료 아침급식 긴급 도입”…다시 드리운 ‘영국병’ 그림자 [기자24시]

입력 : 2026.06.12 14:23

챗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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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영국은 ‘유럽의 병자’라는 오명을 얻었다. 고물가와 저성장, 파업과 생산성 정체에 경제 전반이 활력을 잃었다. ‘영국병’을 극복하는 데에는 강도 높은 구조개혁과 1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반세기가 흐른 지금 영국에서는 또 다른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영국 빈곤 연구기관 조지프론트리재단에 따르면 현재 영국 내 빈곤 아동은 450만명으로 전체 아동의 31%에 달한다. 영국 정부가 올해 2월부터 처음으로 전국 학교 무료 아침급식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은 위기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문제는 이 상황을 타개할 정부의 재정 여력이 크게 제약받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의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94%를 넘어섰고,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5.1%를 기록했다. 정부는 지원을 늘리고 싶어도 재정 부담을 걱정해야 하고, 중앙은행은 경기를 살리고 싶어도 물가와 환율 불안을 고려해야 한다.

브래드퍼드 무료급식소의 음식 상자. [AFP 연합뉴스]

브래드퍼드 무료급식소의 음식 상자. [AFP 연합뉴스]

정치권의 실책은 경제위기를 증폭시켰다. 2022년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무리한 감세안은 국채시장을 패닉으로 몰아넣었다. 키어 스타머 현 정부 역시 추가 차입 계획을 내놨다가 국채시장 불안이 커지자 증세와 지출 억제 기조를 강화해야 했다. 정치 불안이 경제를 흔들고, 악화된 경제가 다시 정치 부담으로 돌아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한국의 국가채무는 1200조원을 넘어섰고,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저출생·고령화로 복지 지출 압박은 갈수록 커지는 반면 잠재성장률은 하락하고 청년 취업난도 심해지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의 중장기 재정개혁 논의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영국의 교훈은 분명하다. 성장동력이 약해지고 재정 여력이 줄어들면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금융시장이 아니라 서민들의 삶이다. 아이들의 밥상부터 무너지기 시작한다. 영국 아이들의 빈 밥그릇은 단순한 복지 문제가 아니다. 성장과 재정 건전성을 동시에 놓치면 선진국도 얼마든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장이다.

[김제관 글로벌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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