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비화폰 정보를 삭제한 혐의를 받는 박종준 전 경호처장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경호처의 조치가 적절했는지 의문은 남지만, 이를 두고 증거인멸의 고의까지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류경진)는 21일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된 박 전 처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비화폰 화면이 공개된 상황에서 경호처가 최선의 조치를 다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박 전 처장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의 비화폰 정보를 삭제해 계엄 관련 증거를 없애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결심공판에서 박 전 처장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이 주장한 증거인멸의 고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당시 홍 전 차장의 비화폰 화면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대통령 비화폰 아이디까지 노출된 상황이었다"며 "경호처 지원본부장 등 실무진이 보안 우려를 고려해 계정 삭제를 검토·보고했고, 박 전 처장도 이를 토대로 국정원장과 협의해 조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사후적으로 해당 조치가 미흡했거나 더 바람직한 방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증거인멸의 고의를 추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박 전 처장의 행위가 일관된 증거은폐 시도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비상계엄 이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인멸하려 했다면 김봉식 전 청장 외에도 조지호 전 경찰청장 등 다른 인물들에 대한 추가 조치가 있어야 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사실상 거부한 정황도 무죄 판단의 근거로 제시됐다. 재판부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외부 가입자의 전자정보 삭제를 지시했지만, 박 전 처장은 "자동 삭제된다"는 취지로 대응하며 이를 실행하지 않았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통신 문제는 알아서 할 테니 신경 쓰지 말라"며 박 전 처장을 관련 업무에서 배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경호처의 조치가 적절했는지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당시 경호처가 검토한 여러 방안 가운데 비화폰 정보 삭제가 가장 효과적인 조치라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임민규 기자 jessim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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