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왜 여러 갈래로 나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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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문성 경희대 경영대학원 세무관리학과 객원교수 / 법무법인 SL파트너스 고문] 비트코인(BTC)은 2009년 등장 이후 암호자산 시장의 중심에 서 왔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역사는 하나의 흐름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비트코인의 역사에는 여러 차례의 하드포크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비트코인캐시(BCH), 비트코인SV(BSV), 비트코인골드(BTG), 이캐시(XEC)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모두가 자신들이야말로 진정한 비트코인의 정신을 계승했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존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토시는 2008년 비트코인 백서를 발표하고 2009년 네트워크를 가동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2010년경 개발 일선에서 물러난 뒤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채 사라졌다. 그 결과 비트코인에는 창시자도, 최고경영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창시자가 사라졌기 때문에 비트코인은 특정 인물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가장 탈중앙화된 네트워크로 발전할 수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비트코인 역시 성장 과정에서 확장성 문제에 직면했다. 이용자가 증가하면서 거래 처리 속도가 느려지고 수수료가 상승하기 시작한 것이다. 비트코인은 약 10분마다 블록을 생성하지만, 블록에 담을 수 있는 데이터 용량은 제한돼 있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을 두고 커뮤니티는 두 진영으로 나뉘었다. 한쪽은 블록 크기를 확대해 더 많은 거래를 처리하자고 주장했고, 다른 한쪽은 블록 크기는 유지하면서 세그윗(SegWit)과 라이트닝 네트워크 같은 기술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봤다.

(사진=챗GPT)

결국 2017년 8월 하드포크가 발생했다. 기존 체인은 비트코인(BTC)으로 남았고, 블록 크기 확대를 주장한 진영은 비트코인캐시(BCH)를 출범시켰다. 비트코인캐시는 블록 크기를 확대해 더 많은 거래를 온체인에서 직접 처리하고, 수수료를 낮춤으로써 비트코인이 원래 지향했던 개인 간 전자 화폐 시스템(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을 되살리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그러나 비트코인캐시 내부에서도 다시 갈등이 발생했다. 비트코인캐시를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를 둘러싼 의견 차이였다. 2018년 비트코인캐시는 다시 두 갈래로 나뉘었다. 기존 비트코인캐시(BCH) 진영은 실용적인 기술 개선과 업그레이드를 추진하자는 입장이었다. 반면 다른 진영은 사토시가 설계한 원형에 최대한 가깝게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비트코인SV(BSV)다. 여기서 SV는 ‘Satoshi Vision’, 즉 ‘사토시의 비전’을 의미한다. 비트코인SV는 블록 크기를 더욱 크게 확대하고 프로토콜 변경을 최소화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자신이 사토시라고 주장하던 크레이그 라이트라는 특정 인물의 영향력이 컸다. 이후 영국 법원이 “크레이그 라이트는 사토시 나카모토가 아니다”라고 판단하면서 비트코인SV 진영이 내세운 정통성 주장도 큰 타격을 입었다. 이 때문에 기술적으로는 공개 블록체인이지만 사회적 거버넌스 측면에서는 중앙집중적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비트코인캐시의 분열은 2018년 비트코인SV(BSV)의 탄생으로 끝나지 않았다. 2020년에는 개발 방향과 개발자금 조달 방식을 둘러싸고 또 다른 갈등이 발생했다. Bitcoin ABC 팀은 채굴보상의 일부를 개발자금으로 사용하자고 제안했지만, 상당수 커뮤니티 구성원은 이를 사실상의 ‘개발자 세금’이라며 반발했다. 결국 Bitcoin ABC 진영은 비트코인캐시에서 분리됐다. 그 코인은 비트코인캐시ABC(BCHA)라고 불렸다가 이후 이캐시(XEC)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캐시는 기존 작업증명(PoW) 채굴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아발란체(Avalanche) 기반의 스테이킹·합의 레이어를 결합해 거래 확정성을 높이는 방향을 선택했다. 즉 블록 생성은 여전히 작업증명에 의존하되, 아발란체의 사전 합의(pre-consensus)와 사후 합의(post-consensus) 메커니즘을 통해 거래 확정 속도와 보안성을 보완하려는 독자적인 혼합형 구조를 지향한 것이다.

한편 2017년 비트코인에서 직접 분리된 비트코인골드(BTG)는 비트코인캐시나 비트코인SV와는 성격이 다르다. 당시 비트코인 채굴은 아식(ASIC)이라는 고가의 특수 장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었다. 비트코인골드는 이러한 구조가 탈중앙화 정신에 어긋난다고 보고, 그래픽카드(GPU)로도 채굴할 수 있도록 채굴 알고리즘 자체를 변경한 “ASIC 저항형 작업증명” 방식을 채택했다. 비트코인캐시가 거래 처리량 문제에 집중했다면, 비트코인골드는 특정 장비에 의한 채굴 권력 집중 문제에 주목했던 것이다. 하지만 비트코인골드는 이후 수차례 51% 공격을 받으며 시장의 신뢰를 잃었고, 주요 거래소에서 거래지원이 종료되는 등 영향력이 크게 축소됐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프로젝트가 저마다의 기술 노선과 철학을 두고 갈라섰음에도 비트코인의 핵심적인 경제 구조는 상당 부분 공유한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비트코인 계열 프로젝트는 ‘총발행량 2100만 개’라는 희소성의 원리를 공유한다. 약 4년마다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 메커니즘도 기본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캐시는 액면분할을 통해 표시 단위상 총발행량이 21조개가 됐지만, 이는 단위 표시 방식이 달라진 것일 뿐 사토시 단위로 환산한 희소성 구조는 비트코인과 정확히 대응된다. 비록 하드포크 이후 각 체인의 연산 속도와 난이도 조정 방식에 따라 실제 반감기가 도래하는 날짜에는 시차가 발생할 수 있지만, 공급량이 주기적으로 제어되는 거시적 경제 규칙만큼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하지만 비트코인(BTC)과 비트코인에서 분리된 비트코인캐시(BCH), 비트코인SV(BSV), 비트코인골드(BTG), 이캐시(XEC)의 현재 시장에서의 위상은 상당히 달라졌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하며 기관투자자와 국가 차원의 관심을 받는 글로벌 핵심 자산이 됐다. 비트코인캐시는 전자화폐 기능을 강조하며 독자적인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비트코인SV와 비트코인골드는 한때 주목을 받았지만 현재 시장 내 영향력은 크게 축소됐다. 이캐시는 앞서 언급한 혼합형 합의 알고리즘이라는 독자적인 기술 노선으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프로젝트를 단순히 성공과 실패의 관점으로만 평가할 필요는 없다. 이들은 모두 블록체인이 직면한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서로 다른 답을 제시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확장성을 우선할 것인가, 탈중앙성을 우선할 것인가. 전자화폐가 될 것인가, 가치 저장 수단이 될 것인가 등 비트코인 계열 프로젝트들의 역사는 결국 이러한 질문에 대한 서로 다른 실험의 역사라고 봐야 한다.

특이하게도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비트코인은 창시자가 완전히 사라진 프로젝트다. 반면 후속 프로젝트들은 저마다 분명한 지도자와 개발 주체를 갖고 있다. 이 사실은 블록체인이 진정으로 탈중앙화되려면 기술만 공개되어 있어서는 부족하고, 실제 운영 방향도 특정 인물이나 개발팀이 마음대로 좌지우지 할 수 없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결국 비트코인의 진정한 혁신은 정해진 규칙 외에 그 어떤 개인이나 조직도 지배하지 않는 거대한 경제 시스템이 스스로 작동할 수 있음을 증명한 데 있다.

오문성 경희대 경영대학원 세무관리학과 객원교수 / 강남대 세무전문대학원 특임교수 / 법무법인 SL파트너스 고문. △1960년 부산 출생 △서강대 경영학 학사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회계학) 석사 △고려대 대학원 법학(조세법) 박사 및 경영학(회계학) 박사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행정학 박사과정 수료 △가톨릭대 상담심리대학원 심리학 석사 △서강대 정보통신대학원 공학석사(블록체인전공) △공인회계사, 세무사, 증권분석사 △전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 현 한국조세정책학회 이사장 △한국납세자연합회 명예회장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비상임이사 △한국자산관리공사 기업회생지원위원회 위원장 △한국회계학회·삼일회계법인 저명교수 △전 국세청 국세정보공개심의위원회 위원장 △전 국세청 국세행정개혁위원회 본위원 △전 국세청 국세심사위원 △전 한국도로공사 비상임이사 △전 국회미래연구원 이사 △전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블록체인 유튜브 오문성의 Pick Show 운영 중. (사진=이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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