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에 넘쳐나는 노총각 노처녀와 함께 켜켜이 쌓이는 것이 있으니, 그들의 부모님이 가지고 있는 이른바 아직 팔리지 않은 사업들이다. 가업승계도 받아가고 싶어하는 자녀가 있을 때 얘기지, 상속세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자조 섞인 농담은 뒤로하더라도 이제는 진짜 팔고 싶어도 살 곳이 없어진 시대가 다가왔다. 오너 대탈출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매력적 사업으로 만드는 꼼수(To-do’s)
1)객관적으로 받아들여라, 나는 얼마인지를
신타스(Cintas)라는 회사를 알고 있나. 필자가 애정하는 시가총액 115조원짜리 이 회사는 주가수익비율(PER)이 약 50배로, 기업 간 거래(B2B) 유지·보수·정비(MRO) 기업이다. 서커스단이 망하면서 부부가 궁여지책으로 주변 공장 걸레를 대신 빨아주는 것으로 시작해 유니폼에서 안전용품까지 제공하는 미국 최대 외주 업체로 성장했다.
지나간 추억은 잊어버리자.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다면 그때 우리는 서커스단을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BPO)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마법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
2)한계 느꼈을 때가 ‘최고 타이밍’
두 번째 디스크가 터져 제대로 걷는 것마저 힘들어지고 나서야 운동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이처럼 사업의 한계가 다가옴을 느꼈을 때가 그다음을 계획하기 위한 최고의 타이밍이다. 앞서 이야기한 신타스 역시 서커스단이 해체되지 않았다면 창업주 부부는 계속 서커스단원으로 남았을 것이다.
반대로 절실함이 없을 때 미래를 위한 투자는 십중팔구 과투자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왠지 모를 자신감 때문에 자기 꿈을 가격으로 먼저 지불하는 실수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자신감은 가장 큰 적이다. 그렇다면 위기감은 반대로 경영자의 가장 큰 친구가 될 수 있다.
3)작고 성취 가능한 첫 번째 성공을 하라
내기 골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가장 좋아하는 어프로치 거리를 확인해두는 것이다. 참고로 필자는 35야드다. 25야드에 걸리면 좀 살살 치면 되고 45야드면 엄지에 살짝 더 힘을 준다. 가장 작은 성공을 계속 이루다보면 큰 성공으로 향하는 길이 보인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실패를 각오하고 신제품, 신사업, 신규 투자, 신규 지역, 그다음에 신규 인수합병(M&A)으로 가보자.
진짜 안 팔리는 사업, 폭망 막는 법(Don’ts)
1)미래 아닌 계획에 투자하라
우리나라 대통령, 미국 대통령, 일본 총리가 바뀔 때마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인터뷰에 가슴이 철렁철렁하는 것은 우리 삶에 글로벌 정치 경제가 너무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1년, 길어봐야 18개월 이내에 할 수 있는 것만 계획으로 잡아 투자하기로 했다. 5년 뒤는 10년 뒤와 별다를 바 없다. 미래에 대한 대비는 짧은 계획의 합이어야 한다. 당장 이달, 3개월, 6개월 뒤 계획이 없다면 나의 미래는 공상과학 소설이다.
2)나보다 남이 뭐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공교롭게도 정보기술(IT)과 물류의 급속한 발달은 전 세계 모든 기업을 내 경쟁자로 만드는 부작용을 낳았다. 내가 아무리 좋은 제품을 제작해내도 남들이 그거보다 훨씬 월등한 제품을 만들면 말짱꽝이고, 남들이 뭘 만드는지 모른 상태에서 그 어떤 투자 계획을 설립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렇다고 남들이 하는 걸 다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반대로 남들이 하는 걸 잘 봐서 그거보다 반 발자국만 좋게, 5%만 더 싸게 만들면 글로벌 시장을 한꺼번에 먹을 수도 있다.
3)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를 내자
디스크가 터지고 나서 딱 한 번 골프를 했는데 정말 힘껏 친 드라이버샷이 나보다 열세 살 많은 형님 공 옆에 살포시 앉았다. 나의 골프는 드디어 완연한 60대 골프가 되었다. 그런데도 스코어는 큰 차이가 없었는데, 놀랍도록 발전한 나의 숏게임 덕분이었다.
팔리지 않을 것에 몰입하기보다 새로운 기회를 찾는 방법도 나쁘지 않은 선택지다. 최대 다수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기계는 공장과 사무실에서 인간을 본격적으로 대체하고 있으며, 통화와 금리에 관한 경제학 이론이 모두 무너지는 지금, 눈 딱 감고 손절하고 남은 힘과 현금으로 새 투자처를 찾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전략가만 할 수 있는 선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