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걸린 '은행 건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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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까지 뛰면서 은행권에 비상이 걸렸다. 환율 급등으로 외환거래 손실이 늘고 있는 데다 위험가중자산(RWA)까지 증가하면서 자산 건전성이 나빠질 우려가 커져서다.

비상 걸린 '은행 건전성'

3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전 거래일보다 6.8원 오른 1515.7원으로 마감했다. 이달 들어서만 49.1원 뛰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후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지면서 달러 강세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환율 급등으로 인한 은행의 외환 손실이 증가하는 추세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총 1491억원의 외환거래 손실을 냈다. 신한은행(2254억원)과 하나은행(882억원)은 이익을 거뒀지만 우리은행(-3237억원)과 국민은행(-1389억원)의 손실 규모가 컸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외화와 외화 부채의 차이에 따라 실적이 갈린 것으로 분석된다. 외환거래 손익은 은행이 보유한 외화 자산(부채 포함)에서 환율 변동에 따라 발생한 외화 환산 손실과 외환 트레이딩으로 얻은 손익 등을 합한 수치다.

환율 상승은 외화 투자 자산의 평가액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은행의 RWA도 불어난다. 4대 은행의 지난해 말 RWA는 총 862조12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2조2900억원 늘었다. 핵심 계열사의 RWA 증가로 금융지주의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 또한 어려워졌다. 주주환원 여력을 나타내는 CET1은 보통주자본을 RWA로 나눠 산정한다. 금융권에선 자본이 그대로인 채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CET1이 0.01~0.03%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4대 금융은 CET1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면서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규모를 늘리겠다는 약속을 내걸었다.

은행은 가계대출 규제와 생산적 금융에 따른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환율이란 변수도 감안해야 한다. 올해부터는 회계장부에 반영해야 하는 신규 가계대출의 위험가중치 하한선이 기존 15%에서 20%로 높아졌다. 대신 위험가중치가 훨씬 높게 반영되는 기업과 취약계층을 상대로 자금 공급을 늘리고 있다. 4대 은행과 농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854조3288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9조6034억원 증가했다.

경기 침체로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다. 국내 은행의 지난해 말 연체율은 평균 0.5%로 2021년(0.21%) 이후 계속 오르고 있다. 연말 기준으로는 2015년(0.58%)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이전까진 환율이 뛰면 위험가중치가 낮은 자산 비중을 확대해 대응했지만 지금은 이 같은 전략을 추진하기도 어렵다”며 “강달러 현상이 장기화할수록 건전성을 어떻게 관리할지를 두고 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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