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횡사’ 박용진에 손내민 이재명 “고통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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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10개월만에 만나 100분 대화
朴 “기득권 저지하는데 힘 합쳐야”
李, 김부겸-임종석 등 통합 행보

배석자 없이 오찬 회동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와 박용진 전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나 손을 맞잡은 채 악수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배석자 없이 오찬 회동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와 박용진 전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나 손을 맞잡은 채 악수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1일 지난해 총선 ‘비명횡사’의 상징으로 꼽히는 박용진 전 의원과 만나 “선거 과정에서 박 전 의원이 고통받은 것이 안타깝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두 사람이 만난 건 박 전 의원이 총선 경선에서 패배해 탈락한 후 처음이다. 이번 만남은 최근 ‘비명(비이재명)계 끌어안기’에 나선 이 대표가 먼저 연락해 이뤄졌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난 두 사람은 배석자 없이 100분간 대화를 이어 갔다. 박 전 의원은 공개 발언에서 “총선 과정에서의 일들이 저한테는 모진 기억”이라면서도 “국민들의 걱정과 불안을 떨쳐내고, 내란 추종 세력의 기득권을 저지하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이에 이 대표는 “당 일을 하다 보니 내 손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아 저도 힘들다”며 “박 (전) 의원도 가슴 아픈 것을 안다”고 말했다.

박 전 의원은 이 대표에게 자기 권한 절제와 지지층에게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것, 대의를 위해 손 내밀 줄 아는 용기 등 세 가지를 요구했다. 당내에서 이어지는 이 대표 1극 체제에 대한 비판과 ‘개딸’ 등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을 둘러싼 논란을 지적하고, 당내 비주류와도 통합하라는 조언으로 풀이된다.

회동이 비공개로 전환된 뒤엔 문재인 정부 공과의 승계, 당내 통합, 당 세대교체 등도 추가로 주문했다. 민주당 김성회 대변인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박 전 의원이 민주당이 비판받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과 위선 문제에 대해 혁신하는 이미지를 보여주고, 그 과정에서 세대교체를 강하게 밀고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 대표는 박 전 의원에게 “향후 박 전 의원이 당에서 맡아야 하는 역할이 많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박 전 의원은 오찬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 특히 20대, 30대가 보기에는 민주당이 입과 행동이 다르고, 정치·도덕적 내로남불 사례가 너무 많아 낡은 정치라고 말한다”며 “세대교체, 586 정치의 정책적 청산이 필요하다는 나의 소신을 전했다”고 했다.

13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시작으로 비명계와의 만남을 이어가는 이 대표는 24일엔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만찬을, 27일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오찬을 한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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