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들이 비만약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체중이 줄면서 근육까지 빠지는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해 근육 보존 및 강화 효과를 지닌 신약 확보에 나섰습니다.
비만약 선두주자 일라이릴리는 12일(현지시간) 미국 주베나테라퓨틱스와 최대 6억5000만달러(약 8900억원) 규모 계약을 맺고 근육 건강과 체성분을 개선하는 신약을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이들은 인공지능(AI) 플랫폼을 활용해 함께 신약 후보물질을 찾을 예정입니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사진) 등으로 대표되는 비만약은 놀라운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동시에 근손실 등이 부작용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전체 감량 체중에서 약 35%가 근육량 감소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이는 투약 중단 후 체중이 원상 복귀되는 요요 현상을 유발할 수 있고 고령층은 근력 감퇴로 인한 운동 기능 저하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지난 2일 미국 리제네론은 근감소증 치료제 트레보그루맙이 근육 감소량을 절반 이상 줄인 임상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임상 결과에 따르면 이 약물과 위고비를 함께 투여하면 위고비만 맞았을 때보다 근육 감소량이 50.8~80.9% 줄어들었습니다.
스위스 제약사 로슈도 근육량을 보존하는 2세대 비만약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체지방을 줄이면서도 근육은 분해하지 않도록 설계된 비만약 후보물질인 CT-388을 핵심적으로 개발하겠다는 것입니다. 지난 4월 토마스 쉬네커 로슈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주주총회에서 “근육 발달을 촉진하는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약은 로슈가 2023년 미국 카못테라퓨틱스에서 약 4조원에 도입했습니다.
국내 제약사들도 근손실을 최소화한 비만약 개발에 나섰습니다. 한미약품은 차세대 비만약(HM17321)이 체중을 줄이면서도 근육량은 늘린다는 전임상 결과를 지난해 11월 공개해 주목받았습니다. 최인영 한미약품 연구개발(R&D)센터장은 “AI 및 구조 모델링 기술로 근육을 증가시키면서 지방만 선택적으로 감량하도록 설계했다”며 “기존 항체 기반 근감소증 치료제와 비교해 펩타이드 기반이라 가격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올해 비만약 시장은 38조원 규모로 추산됩니다. 2030년 약 129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입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비만약 시장에서 근육 강화가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데이비드 릭스 일라이릴리 회장은 “비만약 시장에서는 체중 감량 효과뿐 아니라 근력 기능 향상도 함께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