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환유입 대책 곧 발표
금융지주에 외화 유동성 주문
◆ 위기의 韓경제 ◆
향후 국내 정치 상황 예측이 어려워지면서 달러당 원화값도 연일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치고 있다. 야당에서 매주 토요일 탄핵 표결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동안 원화값은 큰 변동성을 보이며 하락할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은 원화값에 대한 전망치를 1500원까지 낮춰 잡고 있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오전 9시 개장 당시 1426.0원에서 출발한 뒤 이날 하루 동안에만 12원가량의 등락폭을 기록했다. 소폭 등락이 있는 구간도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식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강달러 현상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커지면서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내 상황이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원은 "원화값은 정치적 이슈가 해소되지 않고 장기화한다면 내년에 1500원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폭락이 연속되는 상황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NH투자증권은 하단을 1450원으로 제시했다.
정부는 관계기관 간 긴밀한 공조와 역량 총동원을 통해 경제 피해 최소화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한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회의)에서 외환 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구조적 외환 수급 개선 방안'을 이달 중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또 김 위원장은 별도로 5대 금융지주 회장단 등과 금융 상황 점검회의를 하고 "금융지주는 대외신인도 측면에서도 최전방에 있다"며 "외국계 금융사·투자자 등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각 지주사의 안정성과 우리 금융 시스템의 회복력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소통해달라"고 당부했다.
회의 참석자들도 리먼브러더스 사태 당시 대형 금융회사들이 위기 대응에 주요 역할을 했다는 데 인식을 함께하고 힘을 보태기로 했다. 이후 KB금융그룹은 주요 글로벌 투자자를 대상으로 서한을 발송해 지난 10월에 발표한 밸류업 방안에 대한 변함없는 이행을 약속했다. 신한금융그룹도 해외 투자자 대상 콘퍼런스콜을 통해 투자자의 우려를 불식하는 데 주력했다.
각 금융지주는 외환·금융시장 불안정에 따른 금융소비자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응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기존에 발표한 정책도 예정대로 추진한다. 대외적으로 한국 시장에 대한 불안 요소를 잠재우기 위함이다. 김 위원장은 "불법공매도 근절을 위한 시스템 구축,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 등 이미 발표한 정책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며 "소상공인·자영업자 금융 부담 완화, 실손보험 개혁 등 이달 발표될 예정인 대책도 그대로 추진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도 "정치 불안으로 자금 중개 기능이 위축되지 않도록 기업에 대해선 빈틈없이 자금을 공급하고,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에 대해선 맞춤형 금융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희조 기자 / 채종원 기자 / 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