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금빛의 목조불상이 검사대에 놓이자 두꺼운 차폐문이 닫히고 원통형 CT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조사실 앞 컴퓨터 모니터에 불상의 외관과 내부가 선명하게 나타났다. 불상을 이룬 나무의 형태와 그 안에 담긴 복장물(불상 내부에 봉안된 물품)의 모습까지 고스란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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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유홍준)은 14일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센터에서 ‘세계 최대 원통형 CT’ 국내 최초 도입 기자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번에 도입된 원통형 CT는 450kV의 높은 투과력과 다양한 출력용량(700W/1,500W)을 바탕으로 1300만 화소의 고해상동 디지털 영상을 구현할 수 있으며 대형 문화유산(직경 1100mm, 길이 3000mm)도 정밀하게 촬영할 수 있어 문화유산의 내부 구조와 손상 상태 등을 비파괴적으로 정밀 조사할 수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
건강검진센터를 떠올리게 하는 이곳은 지난해 10월 문을 연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센터다.
박물관은 14일 서울 용산구 박물관 내 보존과학센터에서 세계 최대 원통형 CT를 공개하고, 조사 시연을 진행했다.
이날 시연에서 검사대에 오른 ‘서울 지장암 목조비로자나불좌상’은 2017년 박물관이 구입한 유물로, 1622년 광해군의 정비가 가족들의 안녕을 바라며 발원한 불상이다. 만든 경위, 보관 장소를 알 수 있어 조선 조각사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양석진 학예연구사는 “이번 원통형 CT 조사로 불상의 머리 부분에 복장물이 있는 걸 발견했다”며 “큰 불상임에도 통나무로 만들어졌고, 정수리와 얼굴을 따로 만들어 조립한 방식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원통형 CT는 대형 문화유산의 내부 구조와 손상 상태 등을 비파괴적으로 정밀 조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기존 장비로는 조사가 어려웠던 대형 문화유산(최대 수용 조건 직경 1100㎜, 길이 3000㎜)도 1300만 화소의 높은 화질로 안정적이고 세밀하게 촬영할 수 있게 됐다. 또 기존 수직형 CT가 조사 대상품을 회전시키는 방식이었다면, 원통형 CT는 대상품을 고정한 채 엑스레이(X-ray) 장치만 220도 돌아가 보다 안전하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보존과학센터 설립으로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면서 23억 원을 들여 세계 최대 원통형 CT를 도입했다. 이는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의 검사 장비(직경 1000㎜)보다 큰 규모다. 박물관은 앞서 2017년 수직형 CT, 2019년 나노 CT를 도입한 바 있다.
박물관은 이번 장비 도입이 전통 목가구 등 목재 문화유산의 나이테를 비파괴로 조사하는 연륜연대 측정 등 조사 방식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문화유산의 조사 데이터를 입체적으로 구축해 과학적 조사와 보존처리를 넘어 고고학, 미술사, 목재 해부학, 연륜연대학, 디지털 복원 등 다양한 분야와의 융복합 연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소형 고대 장신구에서 대형 목조불상까지 아우르는 세계 최고 수준의 CT 조사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며 “구축된 데이터를 디지털화해 문화유산의 제작기법과 재료 특성, 내부 구조를 더욱 정밀하게 규명하고 인공지능(AI) 기반 분석과 디지털 복원, 문화 콘텐츠 개발 등 문화유산 연구와 미래 활용의 핵심 인프라로 발전시킬 방침”이라고 전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2017년 첫 CT 장비를 들여왔을 땐 흑백 텔레비전을 샀을 때 감동이었는데, 이번 세계 최대 원통형 CT를 도입하면선 컬러 텔레비전을 갖게 된 느낌”이라며 “첨단 장비를 활용하는 전문 인력을 보강하고 확대해나가는 데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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