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사망 후 올해 4월 판결 확정…“생존 확인 어려워”
법원, 주민조회 권한 없어 확인 불가
사망한 뒤 1년 넘게 냉동고에 보관되어 있던 70대 남성이 사망 전 제기한 이혼 소송을 아들이 대신 진행해 지난 4월 확정판결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들은 부친 시신을 냉동고에 보관한 장본인이다.다만 현행법상 당사자의 재심 청구 외에 법원이 직권으로 판결 효력을 중단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대법원은 11일 “이혼 및 재산분할 사건은 판결 확정 전 당사자 중 일방이 사망하면 소송종료선언으로 형식판결을 선고하게 된다”면서도 “이 사건은 사망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1심 판결이 확정됐다”며 판결 관련 입장을 밝혔다.
가사소송법 7조는 이혼 소송의 본인 출석주의를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대리인 출석을 허용하고 있다. 변호사가 소송대리인으로 선임된 경우 본인이 출석하지 않아도 재판이 가능하다는 의미다.앞서 70대 남성 A 씨는 2021년 6월 별거 중이던 배우자 B 씨를 상대로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을 냈고, 2023년 4월 1심은 이혼 청구를 인용하고 재산분할 내용을 정하는 양측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후 지난해 말 2심은 항소를 기각했고, 올해 4월 대법원도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1심 판결을 확정했다.
경찰에 따르면 40대 아들은 지난해 9월 주거지에서 부친이 숨진 사실을 확인했지만 신고하지 않고 시신을 비닐에 감싸 냉동고에 보관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는 이혼 소송 2심이 진행 중이었는데 이후 아들이 부친을 대신해 소송을 진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소송 도중 상대방이 사망 사실을 법원에 알려 소송이 종료되는 사례는 많았으나 이처럼 범죄가 연루된 사건은 드문 것으로 전해졌다.대법원은 “법원은 당사자에 대한 주민조회 권한이 없어 직권으로 판결 선고 전 당사자 생존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이 사건의 경우 배우자 B 씨도 사망 사실을 알지 못했고 사망신고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변론을 이어가 생존 여부 확인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 개정을 통해 보안대책을 강구한다고 하더라도 당사자 출석 의무를 강화하거나 판결 선고 시 당사자 출석 조항을 마련하는 것을 상정할 수는 있다”면서도 “이 사건을 염두에 두고 모든 사건에 적용되는 조항 개정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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