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만류에도 자원입대한 6·25 학도병…75년만에 가족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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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주영진 일병 유해. 사진=국방부 제공

故 주영진 일병 유해. 사진=국방부 제공
18세에 학도병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6일 만에 산화한 고(故) 주영진 일병의 유해가 75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2000년 10월 경북 경주시 안강읍 일대에서 발굴한 유해의 신원을 국군 제7사단 소속 주 일병으로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고인의 유가족 유전자 시료를 2022년 확보한 뒤 유전자 분석 끝에 확인한 것이다.

고인은 인천 강화군에서 5남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릴 적 부친을 따라 전북 전주시에서 자랐다. 학업 성적이 뛰어나고 의협심이 강한 데다 리더십이 있어 교련 연대장을 하기도 했다.

고인은 고교 재학 중 6·25전쟁이 발발해 북한군이 남하한다는 소식을 듣자 친구들과 함께 전북 남원시까지 걸어가 1950년 8월 학도병으로 자원입대했다.

이후 대구 제1훈련소에 합류한 고인은 제대로 된 훈련을 받을 시간도 없이 전선에 투입됐다. 이후 국군 제7사단 소속으로 ‘기계-안강 전투’에서 싸우다 전사했다. 참전한 지 6일 만이었다.

기계-안강 전투는 국군과 유엔군이 낙동강 방어선을 형성하고 있던 시기에 국군 수도사단이 7사단 3연대를 배속받아 경북 포항시 기계면과 경주시 안강읍 일원에서 북한군 12사단의 남진을 저지한 방어 전투였다.

유가족에 따르면, 당시 고인의 부친은 “아직 나이가 어리니 군대에 안 가도 된다”고 만류했지만 고인은 “전쟁이 안 났으면 모르는데 전쟁이 나서 나라가 어렵기에 빨리 가야 한다”며 집을 떠났다고 한다.고인의 형제는 모두 사망해 이번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인천 강화군에 있는 조카 주명식 씨(76) 자택에서 열렸다. 주 씨는 삼촌의 영향을 받아 1971년 학군사관(9기) 장교로 임관해 병역의 의무를 마쳤다.

유가족 대표인 주 씨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삼촌을 잊지 않았다며 “호국의 성지 대전현충원에 삼촌을 모시게 되어 큰 영광이다. 고대하던 삼촌의 유해를 찾은 기쁨을 친족들과 나누겠다. 드디어 조상님의 한을 풀어드릴 수 있게 됐다”는 소회를 밝혔다.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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