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영국 런던대 경제학과 교수가 22일 "독일의 사례를 참고해 재벌기업의 상속세를 대체할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이날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강연에서 "한국의 기업구조 특성상 상속세를 엄격히 적용하면 기업이 와해될 수 있다"며 "(그렇게 될 경우에) 국민 경제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어 "일반 개인이 상속하는 사례와 경제를 지탱하는 기업의 상속을 동일선상에서 취급하다 보니 여러 가지 무리가 생긴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대안으로 장 교수는 독일의 사례를 제시했다. 장 교수는 "독일은 중소기업 1세들이 자식들에게 기업을 상속할 때 10년간 임직원을 해고하지 않는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상속세를 면제하는 법안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삼성이나 현대 등 재벌 기업들은 특별법을 만들어 (기존의 상속법과는)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며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또 "상속세를 안내는 대신 법인세를 일정 부분 더 내는 등의 방법을 고민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유럽에서도 가업승계를 위한 상속세는 완화해주는 추세다. 영국은 상속자가 2년 이상 실질적으로 사업을 꾸리는 조건으로 비상장 회사의 상속세를 100% 면제한다. 상장사에는 50%의 공제율을 적용한다. 프랑스도 기업 지분의 17% 이상을 상속하거나 증여할 때 4년 이상 기업을 유지하면 최대 75%로 상속세를 감면받을 수 있다.
장 교수는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를 비롯해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 등의 저서를 남겼다. 문재인 정부 당시 추진한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