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이 늘었지만 집값 상승폭에는 크게 못 미친다. 이로 인해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간 양극화의 골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지난 1년간 벌어진 한국 경제의 단면이다. 전문가들은 “‘돈이 돈을 버는 구조’가 고착화됐다”고 지적했다.
9일 통계청과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가구의 평균 자산은 5억4022만원으로 1년 전보다 2.5% 늘었다. 작년 조사에서 통계 작성 이래 첫 감소 후 1년 만에 반등한 것이다. 가구별로 금융자산 1억3378만원과 부동산 등 실물자산 4억644만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금융자산은 전년보다 6.3% 올랐고, 실물자산은 1.3% 증가했다.
자산의 ‘평균’은 늘었지만 계층별 격차는 커졌다. 소득 5분위(상위 20%)의 자산은 전년보다 5.4% 증가했다. 4분위 역시 2.7% 늘었다. 그러나 3분위 이하 중저소득층은 오히려 감소했다. 1분위과 2분위는 각각 2%와 0.7% 줄었다. 3분위도 2.1% 감소했다.
박은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10분위(상위 10%) 경우 금융소득 중에서 저축액이 많이 증가했고, 실물자산 중에서는 거주 주택 외 부동산 보유 증가분이 다른 분위보다 높았다”고 말했다.
소득 5분위 가구의 평균 자산은 12억3780만원으로 1분위 1억6948만원의 7.3배를 기록했다. 지난해 6.8배에서 더 늘어난 것이다. 1년간 5분위는 6322만원 자산을 불렸지만, 1분위는 오히려 339만원 감소했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으로 비교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순자산 지니계수는 0.612로 전년 0.605보다 상승했다. 지니계수는 0과 1사이로 표현되며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 한국 순자산 지니계수는 2011년 0.619에서 2017년 0.584로 하락했지만, 이듬해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 상승 중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동산 가격이 2017년 이후 누적적으로 상승하면서 보유 가구의 자산을 크게 확대시켰다”며 “동시에 중저소득층에게 정책대출을 지급하면서 이 계층의 순자산은 감소해 벌어진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등 선진국들은 금리 상승을 포함한 위기 국면에서 부유층의 자산이 감소되는 등 조정이 일어나지만 한국은 정책적으로 이를 완화해 자산 격차가 줄어드는 조정이 덜 일어난다”고 말했다. 일단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이 급등기엔 혜택을 많이 보고, 조정기땐 하락폭이 정책에 의해 줄어든다는 뜻이다.
문제는 계층별 소득 격차는 줄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산 격차가 확대된다는 점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 해 기준 가구 평균 소득은 7185만원으로 전년보다 423만원(6.3%) 증가했다. 물가 상승분을 제외하면 2.7% 올랐다. 취업자가 늘며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각각 5.6%, 5.5% 증가한 영향이다. 처분가능소득 역시 전년보다 7% 늘어난 5864만원이었다.
소득기준 지니계수도 전년보다 0.001포인트 줄어든 0.323이었고, 소득 5분위 배율 역시 5.72배로 0.04배포인트 하락했다. 저소득층과 그 이상의 버는 돈 차이는 작아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산 격차는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다.
박 과장은 “2020년 전후로 부동산 값이 크게 오른 것이 누적적으로 작용해 소득 격차 완화를 상쇄한 것으로 보인다”며 “소위 ‘돈이 돈을 버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