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수효과 놓고 실효성 논쟁 지속… 50년간 주요 18개국 부자감세 뒤
상위 1% 소득점유율 0.7%P 증가… GDP와 실업률엔 영향 거의 없어
2013년 美 상위 1% 증세한 결과… 우려처럼 노동 공급 줄이지 않아
낙수효과는 수사일 뿐 근거 부족
정치권에서 부유층 대상 감세정책 논의가 시작될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다. 대기업의 이익이나 고소득층의 소득이 늘면 이들의 투자와 소비 증가를 통해 연관 부문으로 성과가 확산돼 결국 경제 전체가 성장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치열한 논쟁이 이어져 왔다.》
분석 결과 부유층에 대한 주요 감세는 이후 5년간 소득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평균적으로 주요 감세 조치 이후 상위 1% 소득자의 세전 국민소득 점유율은 0.7%포인트 이상 증가했으며, 이는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미한 결과로 나타났다(p<0.0001). 반면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과 실업률에는 어떠한 유의미한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감세 조치 이후 중단기적으로 경제성장률이나 실업률은 0에 가까운 변화를 보이며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는 부유층 감세가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낙수효과 이론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다.
그렇다면 반대로 부유층 대상 증세는 다른 사회 구성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부자 증세는 부자들의 근로 및 투자 의욕을 꺾어 경기 침체를 불러와 결국 부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준다’는 주장 역시 낙수효과 논리와 맥을 같이하며 자주 등장한다.
즉, 부유층 증세가 다른 노동자들의 임금에 현저한 피해를 준다는 주장은 실증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았다. 연구는 이러한 결과가 부유층이 증세 조치가 있더라도 실제 노동 공급을 크게 줄이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낙수효과 논리가 현실 경제에서는 존재하지 않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법인세, 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 주요 세목의 과세 기준을 완화하거나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부유층 중심의 감세 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경제 규모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최근 2년간 세입은 사상 처음으로 연속 감소했다. 약속했던 낙수효과는 실현되지 않은 채 2년간 87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세수 결손, 연 100조 원을 넘어서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1%대의 저성장과 기업 실적 및 설비투자 부진이라는 결과만이 남았다.
그렇다면 실증적 근거가 부족함에도 끈질기게 생명력을 유지해 온 ‘낙수효과’라는 단어는 이제 정책 논의의 장에서 폐기해야 할 때가 아닐까. 허구적 상상력에 기대어 국가 경제정책을 설계하는 것을 더는 반복해선 안 된다. 현실에 기반한, 증거 기반 경제정책 수립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연구① Hope, David, and Julian Limberg. “The economic consequences of major tax cuts for the rich.” Socio-Economic Review 20.2(2022년): 539-559.연구② Kindsgrab, Paul M. “Do higher income taxes on top earners trickle down? A local labor markets approach.” Journal of Public Economics 214(2022년): 104689.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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