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사사키 로키. /AFPBBNews=뉴스1 |
기대했던 잠재력 대신 부상 리스크가 터졌다. 사사키 로키(24·LA 다저스)를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일본 매체 데일리신초는 28일 "사사키의 프로 정신 부족이 나타났다. 6년 전과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고 혹평했다.
사사키는 올 시즌을 앞두고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LA 다저스와 계약을 맺었다. 일본프로야구(NPB)에서 4시즌 동안 뛰며 최연소 퍼펙트게임을 달성했고 한 경기에 19탈삼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시속 160㎞의 무시무시한 강속구와 '귀신 포크'로 불리는 두 구종만으로도 일본 내 최고 재능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많은 구단이 관심을 보였다. 단 4시즌을 뛰었을 뿐이지만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 번 메이저리그(MLB) 진출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나타냈다. 지바롯데로선 사사키를 보내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게 사실상 없었다. 만 25세 이하 국제 선수 계약으로 아마추어 신분으로 간주돼 계약 규모가 지극히 제한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사키의 이기적인 태도에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재능은 누구나 인정하는 투수였지만 우려도 있었다. 워크에식은 차치하더라도 프로 데뷔 후 4시즌 동안 단 한 번도 130이닝 이상을 소화한 적이 없을 정도로 유리몸이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사사키 로키. /AFPBBNews=뉴스1 |
다저스의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당당히 차지했지만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8경기에 34⅓이닝을 소화하며 1승 1패 평균자책점(ERA) 4.72, 탈삼진은 24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단 한 차례에 불과했고 5이닝 이상을 책임진 것도 절반인 4회에 불과했다.
우려했던 부상까지 발생했다. 지난 17일(한국시간) 오른쪽 어깨 부상으로 인해 15일자 부상자 명단(IL)에 이름을 올렸다. 태도까지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데일리신초는 "다저스 투수 사사키는 시즌 개막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며 "부상으로 결장하기 전 오른쪽 어깨 부상을 숨기고 두 번이나 등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고등학교 때도 비슷한 실수를 했는데 왜 프로가 된 뒤에도 같은 실수를 반복했을까"라고 전했다.
사사키는 부상 이탈 전 구속 저하 문제를 겪었다. 부상을 숨기고 등판한 게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해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사사키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투쟁심이 있었다"면서도 "경기력에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구속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제서야 사사키는 우리에게 털어놨다. 몸 상태를 솔직히 말해줘야 우리에게 선택권이 생겼다. 배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데일리신초는 "감독들은 보통 선수들의 실수를 덮어주고 부정적인 발언은 피한다. 하지만 이번 일은 단순한 플레이 실수가 아니다. 사사키의 프로 정신이 부족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투수가 통증을 느끼면서도 계속 투구하면 부상이 악화될 뿐만 아니라 팀 패배 위험도 커진다. 감독이 공개적으로 경고한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한 매체의 보도를 인용했다.
지난 3월 30일 경기에서 2회 조기강판된 뒤 눈물을 보이고 있는 사사키. /AFPBBNews=뉴스1 |
앤드류 프리드먼 단장 또한 기자회견을 통해 사사키의 오른쪽 어깨가 시즌 초반부터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3월 첫 등판 이후 시속 160㎞가 넘는 직구를 던지지 못하고 있다. 어깨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 같은데 왜 구단과 더 일찍 상의하지 않았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통증이 느껴지기 전까지는 괜찮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난 시즌 지바롯데에서 뛰던 시절 오른쪽 허벅지에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 한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습니다. 부상에 대해서는 다른 선수들보다 더 조심했어야 했는데 그의 의식 부족을 엿볼 수 있다"고 비판적인 논조를 나타냈다.
매체는 사사키의 이러한 태도가 오래 전부터 반복돼 왔다고 전했다. 사사키는 고교시절 18세 이하(U-18) 야구월드컵 대표로 선발됐는데 당시 부상이 있었음에도 출전했지만 한국과의 준결승에서 이전부터 있었던 오른손 중지 물집 부상이 악화돼 1이닝만 던지고 교체됐다. 팀의 경기 운영에 치명적인 지장이 생겼고 결국 일본은 연장 10회에서 끝내기 패배를 당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이번 역시 6년 전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 듯 하다"고 전했다.
'던지지 않는 괴물 - 사사키 로키와 고교야구의 새로운 시대'라는 책을 써낸 야나가와 유지의 발언도 전했다. "사사키는 일본에 있을 때 너무 보석처럼 소중히 여겨졌다. 롯데 구단이 그의 몸 상태를 직접 관리했고 언론 인터뷰도 최대한 제한했다. 구단 측에 자신의 몸 상태를 언어로 전달하거나 의사를 표현하는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아직 스스로 일어설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부상에 대한 염려도 작지 않다. 매체는 정형외과 전문의이자 토다 고바야시 클리닉 원장인 고바야시 신이치로에게 사사키의 오른쪽 어깨에 나타난 '충돌 증후군'에 대해 물었는데 그는 "회전근개라고 불리는 어깨 근육이 뼈에 닿을 때 통증이 발생하는 상태다. 약 4주 동안 휴식을 취하고 통증이 가라앉으면 점차 운동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증상이 여러 번 재발할 경우 회전근개를 재단련하고 투구 자세 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사키. /AFPBBNews=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