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ㅣ 채널A
“신부수업은 있지만 ‘신랑수업’은 없더라고요.”
채널A ‘요즘 남자 라이프-신랑수업’(신랑수업)이 4년째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장수 예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18일 방송으로 168회 차를 넘어선 ‘신랑수업’은 연예계 대표 ‘노총각 스타’들이 출연, 좋은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린 프로그램.
들여다보면 신랑보단 ‘수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그런 면이 인기 요인이자 차별화로 작용하는 듯하다. 연출자 임정규 PD도 “결혼을 강요하지 않는다.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을 함께 기록할 뿐”이라며 이에 공감했다.
‘신랑수업’은 제목 자체에서 풍기는 결혼이란 부담 탓에 방송 초반 출연자 섭외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임PD는 “결혼을 위한 예능이 아닌 좋은 남자, 예비 신랑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예능이라 설득했고” 그 기조는 지금도 유지해오고 있다고 했다.
심형탁은 프로그램을 통해 연애부터 결혼, 육아까지 공개하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출연한 천명훈 경우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며 10년지기 ‘여사친’을 향한 짝사랑을 어렵게 고백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혜승 책임 프로듀서(CP)는 “출연자 대부분이 어릴 때 유명해졌고, (실상) 연애에 익숙하지 않았다”며 ‘신랑수업’을 통해 “관계를 맺고 고민을 나누고 변해가는 게 가장 의미 있는 장면들”이라고 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 포맷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프로그램은 ‘진짜 감정’을 기반으로 관찰해야한다는 제작진의 ‘초심’을 고수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요즘 화제를 모으고 있는 중년배우 김일우와 박선영이다. 두 사람을 ‘관찰자적 시점’으로 카메라 앵글에 담고 있는 임정규 PD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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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저 오랜 ‘동료’로 출연한 두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자연스레 대화가 오가고 서로 마음이 움직이는 게 느껴졌죠. 저희는 억지로 연애 시키지 않아요, 다만 자리를 마련해줄 뿐이에요.”
김일우와 박선영은 격주 녹화하며 조심스레 연인으로 가는 ‘관계 진전’을 이루고 있다. 시청자들은 이들의 서툰 대화와 설렘을 응원하고, 제작진은 조심스럽게 흐름을 지켜보고 있다.
“그 나이에 설렘이 생기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고 그걸 표현하는 것도 ‘용기’아닐까요. 꼭 결혼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 과정이 ‘진심’이니까요. 하지만 제작진 모두는 두 사람이 결실을 맺길 응원하고 있습니다.(웃음)”
두 프로듀서가 생각하는 ‘신랑수업’의 지향점 “좋은 신랑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쓰지 않으면 퇴화된다는 이들 이론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었다.
“정답은 없어요. 다만 배려도 근육처럼 계속 써야 유지되는 것 아닐까요. ‘신랑수업’은 그 것이 곧 관계의 기본이라 생각해요.”
이른바 ‘마라맛 리얼리티’ 홍수 속 ‘신랑수업’은 ‘자극보다 진심, 설정보다 성장’에 초점을 맞춰 큰 호응을 얻고 있기도 하다. 서혜승 CP는 이 여정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결혼 예능이라는 말보단 ‘성장 예능’이 맞는 표현 같아요. 짧은 기간 안에 짝을 만드는 게 아닌, 한 사람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는 프로그램이거든요. 때문에 ‘꾸준히 봐야’ 그 재미가 더하죠.”·
김겨울 기자 win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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