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저하로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줄어들고 있다고 하지만, 키즈 콘텐츠는 끄떡없는 모습이다. 국내 드라마, 영화 등 미디어 업계서는 "힘들다"는 곡소리가 나오지만, 티니핑, 핑크퐁 등은 물론 넷플릭스 오리지널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흥행까지 어린이를 타깃으로 한 미디어 콘텐츠는 고공행진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합계 출산율 0.7명대.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아이가 사라지는 나라가 됐다는 사실은 이미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유아동복 시장 규모는 2020년 1조 8410억에서 2024년 2조 5390억으로 약 38% 커졌다. 같은 기간 0~14세 인구는 630만 6000명에서 570만 5000명으로 9.5% 줄었지만 시장은 거꾸로 확대된 것이다. 의류뿐이 아니다. 키즈 콘텐츠, 완구, 테마파크, 키즈카페에 이르기까지 '어린이 비즈니스' 전반이 성장세다.
아이는 줄었지만 한 아이에게 집중되는 관심과 돈은 훨씬 늘었다. 아이 1명을 위해 부모와 양가 조부모, 이모, 삼촌은 물론이고 지인들까지 기꺼이 지갑을 여는 이른바 '텐포켓(Ten Pocket)'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한 명의 소중한 아이에게 온 가족의 자본이 집중되는 'VIB(Very Important Baby)'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는 것. 이러한 강력한 소비력을 등에 업고 키즈 콘텐츠는 주류 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최신 사례가 '케데헌'이다. '케데헌'은 공개 75일 만에 누적 시청 횟수 2억 6600만을 돌파하며 역대 넷플릭스 흥행 1위 자리에 올랐다. 이는 어린이들의 '무한 반복 재생' 덕분이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애니메이션상 수상이라는 쾌거 이면에는 맹목적이고 열성적인 어린 시청자들의 압도적인 지지가 있었다. 미국 현지 언론인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엘사 비켜"라는 묘사와 함께 미국 내 어린이 생일 파티 현장에서 '케데헌'이 가장 인기 있는 테마로 소비되고 있음을 보도했다.
한국의 경우 추석 연휴 기간 경복궁에만 51만 1349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는 등 총 141만 명의 나들이객이 국가유산을 찾은 현상 역시, '케데헌'의 시각적 요소가 현실 속 공간 체험으로 이어진 강력한 패밀리 팬덤의 위력을 증명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5 외신·소셜데이터로 보는 글로벌 한류 트렌드 분석 보고서'는 이 작품의 성공 배경으로 저승사자·도깨비 등 한국 전통문화 소재와 K팝이 자연스럽게 결합한 점을 꼽았다. K컬처 기반 패밀리 콘텐츠가 지역을 막론하고 전 세계 어린이와 가족을 공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한 셈이다.
키즈 IP의 진짜 수익은 '로열티'
키즈 IP 시장은 단순히 애니메이션을 방영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IP의 진짜 가치는 애니메이션을 팔고 나서 뒤따라오는 것들, 즉 MD(상품 기획)와 라이선싱에 있다. 넷플릭스가 '케데헌'의 기록적인 성공 이후 의류, 완구, 문구, 식음료, 게임, 테마파크, 공연까지 특허 출원과 협력 사업을 이어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국내에서는 '캐치! 티니핑' 시리즈로 국민 애니메이션 반열에 오른 SAMG엔터테인먼트가 IP 파워를 보여준다. SAMG엔터테인먼트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1412억, 영업이익 226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썼다. 전년 영업손실 61억에서 단숨에 흑자 전환한 것이다. 영업이익률은 약 16%에 달했다.
특히 2025년 라이선스 부문 매출은 연간 211억으로 전년 대비 90% 이상 급증했다. 시즌4 방영과 극장판 '사랑의 하츄핑' 흥행이 라이선스 협업 기업의 규모와 수를 대폭 끌어올린 결과다.
해외 수익도 가파르다. SAMG엔터의 2025년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35.3% 증가한 약 351억을 기록했다. '캐치! 티니핑' 시리즈가 중국과 일본에 이어 러시아까지 진출하며 IP 다변화 가능성을 확인했다. SAMG엔터가 발표한 2026년 계획에는 신규 시즌 방영, '메탈카드봇' 시즌3의 해외 진출, 글로벌 아티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 두 번째 티니핑 극장판까지 담겼다. 라이선스 중심 수익 구조가 자리를 잡으면서 연간 200억 이상의 영업이익을 안정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기업으로 탈바꿈했다는 평가다.
SAMG엔터테인먼트뿐 아니라 더핑크퐁컴퍼니(구 스마트스터디)는 2024년 연결 기준 매출 946억을 기록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핑크퐁 아기상어(Baby Shark Dance)' 영상은 유튜브에서 160억 뷰를 넘겼고, 회사의 유튜브 누적 조회수는 약 700억 뷰, 구독자 1억2000만 명에 달한다.
영국 오피셜 차트 '최다 스트리밍 뮤직비디오' 1위, 프랑스음반협회(SNEP) 골드 인증, 미국 백악관 행사 한국 대표 캐릭터 초청 등의 사례는 K-키즈 IP가 글로벌 무대에서 얼마나 깊이 자리 잡았는지를 보여준다.
더핑크퐁컴퍼니 역시 2024년 매출 구성을 보면 콘텐츠가 61.5%를 차지하지만, 라이선스(15.2%)와 MD(15.3%)를 합한 로열티 수입 비중이 30%를 넘는다. 콘텐츠 하나를 IP로 키워 다각적인 수익을 내는 구조다.
아이들의 콘텐츠 소비, 성인과 다르다
키즈 콘텐츠가 이토록 꾸준히 견고한 인기를 구가하며 앞으로도 무한한 질적 성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높게 평가받는 배경에는 아이들의 '강력한 몰입도'가 있다.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특정 대상에 대한 동일한 영상, 캐릭터에 대한 맹목적 반복 시청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 번 팬덤이 형성되면 수십 번씩 굿즈와 실물 완구를 소유하려는 강한 애착 욕구를 표출하며 이탈률이 극히 낮다.
게다가 지갑의 통제권을 쥔 부모들은 내 아이의 정서 발달이나 긍정적인 추억에 도움이 되는 웰메이드 콘텐츠라면 기꺼이 10만원이 훌쩍 넘는 굿즈 세트나 고가의 가족 뮤지컬 관람권 지출에 전혀 망설임이 없다. 메가 IP 하나가 출판, 공연, 테마파크, 라이선싱 등 무한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고수익 구조가 완성될 수 있는 기반에 콘텐츠를 소비하는 아이들의 단단한 팬심이 자리하고 있다.
성장하는 키즈 콘텐츠, 가야 할 방향은…
키즈 콘텐츠의 세계적인 성장은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의 투자도 끌어내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 유튜브 등이 키즈 콘텐츠 투자를 강화하면서 라이선싱 확보와 IP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영국 BBC의 '페파피그', 미국 니켈로디언의 '파우 패트롤' 같은 글로벌 키즈 IP들은 단순 방영 수익을 훨씬 넘어서는 라이선싱 매출을 자랑한다. 페파피그를 보유한 엔터원(eOne)의 경우 라이선싱 매출이 연간 수천억 원 규모에 달한다. 이를 벤치마크 삼아 국내 IP사들도 글로벌 라이선싱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키즈 콘텐츠를 단순히 돈벌이 수단이 아닌,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할 때 새로운 스타 키즈 IP가 탄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콘텐츠인지 까다롭게 고르는 어른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발달심리 전문가인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콘텐츠를 기획할 때 중요한 건 아이들의 발달에 유용한지 여부"라며 "겉만 화려한 게 아닌, 진정으로 아이의 발달을 향상시킬 수 있거나 도움이 되는 콘텐츠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나치게 상업화돼 고가로 가면서 아이를 위하는 마음을 이용하는 사례들도 늘어나고 있는데, 진정 아이를 위한 방향으로 고려해서 제작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부모님들도 좋은 콘텐츠를 감별할 수 있는 눈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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