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리 윗부분을 잃은 뉴질랜드 앵무새 ‘브루스’가 새로운 싸움 방식을 익혀 무리의 최상위 수컷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를 지닌 동물도 독자적 적응을 통해 생존뿐 아니라 사회적 우위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0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브루스는 뉴질랜드에만 서식하는 앵무새 종인 케아(kea)로, 13살 수컷이다. 과학자들은 2021년 브루스가 돌을 이용해 깃털을 손질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스스로 ‘의수 부리’를 만든 사례를 보고한 데 이어, 이번에는 브루스가 무리의 알파 수컷에 올랐다는 연구 결과를 전했다. 이번 연구는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렸다.
브루스의 부상은 어린 시절 쥐덫에서 먹이를 훔치려다 생긴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하고 있다. 케아는 길고 갈고리처럼 굽은 윗부리로 깃털을 정리하고 숲 바닥을 뒤져 씨앗과 먹이를 찾는다. 이런 부리를 잃는 것은 야생에서 기본적인 생존을 크게 어렵게 만드는 심각한 장애라는 게 연구진 설명이다.
연구진은 브루스를 구조해 뉴질랜드 윌로뱅크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옮겼고, 브루스는 그곳에서 다른 케아들과 함께 지냈다. 케아는 호기심이 강하고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난 새로 알려져 있다. 다만 브루스는 윗부리가 없어 줄을 당기는 단순한 과제조차 수행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브루스는 다른 방식으로 적응했다. 연구진은 2021년 브루스가 조약돌을 집어 혀와 아랫부리 사이에 물고 깃털 사이를 밀어 넣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관찰했다. 이는 깃털을 정리하기 위한 독자적 행동으로, 보호구역의 다른 케아들에서는 보이지 않았고 해당 종에서 이전에 보고된 적도 없었다.
사회적 서열에서의 적응도 확인됐다. 수컷 케아는 싸움을 통해 지배 서열을 정하는데, 패배한 개체일수록 스트레스가 커지고 알파 수컷은 가장 낮은 스트레스 수준을 보인다. 연구진이 보호구역 내 수컷 9마리의 혈액 호르몬을 분석한 결과, 가장 스트레스 수치가 낮은 개체는 브루스였다. 연구진은 이후 영상 분석을 통해 브루스가 실제로 다른 수컷들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브루스는 일반적인 케아 수컷처럼 상대의 목을 물 수 없었다. 대신 몸을 들이받듯 돌진하며 아랫부리로 상대를 찌르는 이른바 ‘창 찌르기’식 전투법을 익혔다. 이 방식은 효과적이었다. 브루스는 싸움에서 꾸준히 이겼고, 다른 수컷들은 먹이통 접근 순서에서도 브루스를 먼저 배려했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브루스가 최상위 수컷이 된 뒤 나타난 행동도 지배적 위치를 보여준다. 브루스는 먹이를 먼저 먹은 뒤 서열이 낮은 수컷들이 자신의 깃털과 아랫부리를 정리해주도록 허용했다. 연구진은 브루스가 몸단장이 끝나면 발길질이나 가벼운 들이받기로 끝을 알렸는데, 이것 역시 지배 행동의 신호로 해석했다.
이번 연구는 장애와 혁신적 행동의 관계가 동물에서 거의 연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학자들도 장애를 지닌 동물이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남고 번성하는 사례가 다른 종에서도 확인된다고 평가했다. 이번 사례는 장애를 입은 개체가 단순히 보호 대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행동을 통해 생태적·사회적 위치를 재구성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남게 됐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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