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이상기후로 생태계 교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30도에 육박한 초여름 날씨가 나타나는가 하면 때아닌 한파특보가 내려지는 등 여파로 생기는 이상 현상이다. 기온 변동 속에 진드기가 급증하면서 꿀벌이 폐사하고, 여름철 해충인 모기는 예년보다 일찍 출현해 시민의 밤잠을 괴롭히고 있다.
◇일거에 개화…꿀벌 활동 어려워
23일 경남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올해 월동 전후 조사 결과 경남 지역 양봉장의 꿀벌 개체 수는 평균 1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 지역은 지리산을 끼고 있어 국내 최대 양봉장 밀집 지역으로 꼽힌다. 꿀벌 개체 수가 50% 이상 감소한 양봉장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꿀벌 폐사가 두드러진 것은 이상 기후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겨울철 기온 변동이 커지면서 월동 중이던 벌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데다 봄철에도 저온과 고온이 반복되며 먹이 활동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했다. 올해 봄철 날씨는 초여름과 늦겨울을 오가는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 낮 기온은 지난 19일 29.4도까지 치솟아 기상 관측 이후 4월 중순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초여름 날씨를 보이다가 갑자기 한파가 찾아오기도 했다. 최고 기온을 기록한 지 이틀 뒤인 21일 충남과 전북 일부 지역, 강원남부산지에는 한파특보가 내려졌다.
큰 일교차 또한 꿀벌이 살아남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따뜻한 낮에 꿀을 채취하러 나갔던 벌들이 추위를 이기지 못한 나머지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폐사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 낮 기온은 25도 전후로 꿀벌이 활동하기에 적합하지만 밤에는 10도 전후까지 기온이 하락한다. 일교차가 15도가량 크게 벌어지면서 꿀벌이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양봉 생태계 위협
여기에 진드기 등 기생충이 확산하면서 폐사가 가속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온 상승에 따라 꿀벌응애가 예년보다 빠르게 창궐한 결과다. 꿀벌응애는 꿀벌의 성충과 유충에 기생하며 체액을 빨아먹고 산다. 날개 형성을 어렵게 하는 ‘날개변형바이러스’도 옮긴다.
충남 천안에서 양봉장을 운영하는 김기범 씨(70)는 “꿀벌응애 때문에 꿀벌이 다 죽고, 150군 중에서 60~70군만 남은 상황”이라며 “12년째 꿀벌을 키우고 있는데, 매년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군당 꿀벌 2만 마리가 사는 것을 고려하면 이 농가에서만 약 180만 마리가 폐사한 것이다.
개화 시기가 빨라진 점도 양봉 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개나리, 진달래, 벚꽃, 목련 등이 차례대로 피고 져야 꿀벌이 꾸준히 먹이 활동을 할 수 있는데, 기후 변화 영향으로 온갖 봄꽃이 한꺼번에 피었다가 지는 경우가 많았다.
◇모기는 활동 시기 빨라져
꿀벌과 달리 모기는 활동 시기를 점차 앞당기고 있다. 변온동물인 모기는 26~27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4월 셋째주(12~18일) 디지털모기측정기(DMS)에 채집된 모기는 하루평균 384마리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82마리) 대비 두 배 급증했다. 유문등(모기를 유인하는 등)에 잡힌 빨간집모기도 119마리로 직전 주(13마리)보다 크게 늘었다.
질병관리청도 지난달 20일 전국에 일본뇌염 주의보를 발령했다. 제주에서 올해 첫 일본뇌염 매개모기가 확인되면서다. 일본뇌염 주의보 발령 시기는 지난해보다 열흘 빨라졌다. 1970년대에는 6월 중순부터 7월 중순 뇌염주의보가 발령됐다. 2020년대 들어선 3월 말에 발령되고 있는데, 50년 만에 3개월가량 이른 것이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석좌교수는 “봄, 가을에 모기가 활동하기 적합한 기온이 조성되며 여름보다 더 활발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50년 뒤 한국이 아열대 지역이 되면 모기가 사계절 내내 죽지 않고 살기 때문에 이집트숲모기 등 뎅기열을 옮기는 모기도 토착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진영기 기자

3 weeks ago
10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