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재평가 18곳 중 9곳 주가 하락
토지 위주 재평가 기업에 주목해야
최근 인플레이션 심화와 부동산 가격 급등에 힘입어 토지와 건물 등 실물자산을 보유한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의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취득원가로 반영된 유형자산과 투자부동산에 대한 자산재평가를 요구하는 주주활동까지 최근 활발해지면서 시장 일각에선 자산재평가로 인한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기대만큼 실제 자산재평가 결과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화투자증권은 2일 올해 상반기 자산재평가 결과를 공시한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상장사 18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재평가 공시 후 주가가 상승한 종목은 8개, 하락한 종목은 9개, 변화가 없었던 종목은 1개로 나타났다. 상승 종목 8개 가운데서도 단 1개 종목만 상한가까지 치솟았고 주가 상승 상위그룹에선 9.1%, 5.5%, 3.8%의 상승률을 보인 종목이 뒤를 이었으며 나머지 4개는 상승률이 1.5% 미만에 그쳤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토지와 건물에 대한 자산재평가 실시가 주가에 웬만하면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으나 사실 자산재평가의 영향과 효과는 복잡다단하다”고 짚었다.
상반기 자산재평가를 공시한 18개사를 시장별로 보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부국증권, 대원화성, 현대건설, 우리금융지주, 한양증권, 한창제지, 만호제강, 유니켐 등 8곳이 이름을 올렸다.
코스닥시장에서는 핌스, 풍원정밀, 한국맥널티, 하이즈항공,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디지아이, 리더스코스메틱, 서부T&D, 제이케이시냅스, 머큐리 등 10곳이 재평가에 나섰다.
가장 극적인 사례는 대원화성이었다. 대원화성은 공장 소재지인 경기도 오산시 일대 토지를 재평가해 종전 363억원이던 장부가액을 910억원으로 끌어올린 결과를 지난 6월 18일 오전 9시16분 공시했고, 당일 주가는 상한가까지 치솟았다. 거래량도 공시 전일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대원화성의 재평가차액은 548억원에 달했으며 이번 재평가로 총차입금의존도가 낮아지면서 부채비율이 종전 238.7%에서 137.2% 수준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대원화성은 플라스틱 합성피혁 제조업체로 벽지사업 중단 이후 재무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이번 재평가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닥시장에서는 머큐리가 눈에 띈다. 머큐리는 지난 1월 6일 오전 9시52분 인천 서구 가좌동 본사 토지를 재평가한 결과, 종전 장부가액 100억원에서 재평가금액 685억원으로 토지 재평가 사실을 공시했고 해당일 주가는 전일 대비 9% 이상 상승 마감했다.
반면 상당수 종목은 시장의 유의미한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자산총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주요 토지나 건물의 경우 취득원가보다 시세가 높다는 사실을 시장이 이미 알고 있어 평소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돼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자산 재평가 공시 시점과 실적 발표 시기가 겹친 기업들의 경우, 당장의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하는 재평가 장부 가치보다는 본업의 성장 둔화와 실적 모멘텀 약화가 주가 하락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사례도 빈번했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현대건설과 우리금융지주의 주가는 자산 재평가 공시 후 오히려 각각 2.51%, 5.28% 밀렸다.
엄수진 연구원은 “자산재평가는 ROA(총자산이익률), ROE(자기자본이익률) 등 수익성 지표를 악화시키고 감가상각비 증가에 따른 순이익 감소를 야기하는 등 부작용도 수반한다”며 “자산 재평가를 단행하려는 목적이 명확하고 실보다 득이 확실하게 커야만 주가에 호재료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화투자증권이 성공적인 자산 재평가 사례로 유망한 미래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위해 거액의 차입 전 신용등급을 상향하려 하거나, 소액주주 연대의 합리적 요구를 수용해 장기간 억눌린 주가를 부양할 목적으로 설립 이래 최초 실시하는 경우 등을 꼽았다.
한화투자증권은 자산 재평가 관련 종목을 바라볼 때 ‘건물주’보다 ‘지주’를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평가로 인해 장부가치가 상승할 때 감가상각비도 덩달아 치솟는 건물이나 일반 유형자산보다는 감가상각이 아예 적용되지 않는 토지를 집중적으로 재평가하는 경우가 자산 재평가의 치명적 부작용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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