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해외사업 실적 1위(순이익 기준)를 차지한 보험사는 삼성화재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과 DB손해보험 등 주요 보험사의 해외 실적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국내 시장 포화로 성장 정체를 맞은 보험사들이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글로벌 보험사와 비교할 때 국내 보험사의 내수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고 지적한다.
◇삼성화재 해외 실적 1위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해외 점포가 있는 4개 생명보험사(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신한라이프)와 5개 손해보험사(삼성화재 DB손보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가운데 해외사업 성적이 가장 좋은 곳은 삼성화재였다. 삼성화재는 유럽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7개 법인 및 지점에서 순이익 440억원을 올렸다. 집계 대상 실적은 지분율이 50%를 초과하는 현지 법인과 해외 지점이다. 해외 실적으로 잡히진 않았지만, 삼성화재는 지분 19%를 보유한 영국 캐노피우스에서도 작년 1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거뒀다. 삼성화재 해외 법인에서 발생한 수입보험료는 2023년 5089억원에서 지난해 6841억원으로 34.4% 증가했다.
성장성 측면에서 가장 돋보인 곳은 DB손해보험이었다. DB손해보험은 지난해 38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 회사의 해외 수입보험료는 2023년 5711억원에서 작년 1조353억원으로 81.3% 급증했다. DB손해보험이 작년 4월 베트남국가항공보험(VNI)과 사이공하노이보험(BSH) 등 두 개 보험사의 지분 75%를 각각 인수하며 외형이 커진 덕이다.
생명보험사 중에선 삼성생명의 실적 약진이 두드러졌다. 삼성생명의 해외 점포 순이익은 2023년 272억원에서 작년 417억원으로 53.5% 증가했다. 한화생명은 작년 해외사업에서 432억원 순이익을 거두며 삼성화재에 이어 2위를 기록했지만 전년(551억원)과 비교하면 21.5% 역성장했다.
◇여전한 내수 의존도 ‘과제’
전반적으로 실적이 나아지긴 했지만, 국내 보험사의 해외사업 비중이 미미하다는 지적도 많다. 9개 보험사가 작년 벌어들인 전체 순이익 가운데 해외 법인 비중은 1.7%에 불과하다. 전체 순이익 가운데 해외 비중이 가장 높은 한화생명조차 6.0%에 그쳤다.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등의 해외 실적 비중은 0%대다.
글로벌 보험사의 해외 실적 비중이 50%를 넘는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AXA(악사), 알리안츠, 도쿄해상 등 3개사의 해외사업 순이익 비중은 66.8%(2022년 기준)에 달한다. 작년 일본생명은 미국계 보험사인 레졸루션라이프를 인수하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82억달러(약 12조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최근 국내 보험사도 해외사업을 확대하는 추세다. 삼성화재는 올초 “2030년까지 회사 이익의 절반을 해외시장에서 창출하겠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한화생명도 지난해 인도네시아 노부은행, 미국 벨로시티증권 지분 인수에 나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보험사들이 내수시장만으로 먹고살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해외 진출 여부가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