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을 받을 때마다 솔직하게 거절하지 못하고, 마음에도 없는 승낙을 한 뒤 후회해 본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관계를 해치지 않으려 타인의 요구를 수용하지만, 마지못해 맡은 일은 도리어 부정적인 감정만 키울 뿐이다. 시간과 에너지를 뺏겨 정작 중요한 업무의 성과를 놓치면 평판마저 깎인다. 거절의 순간에 마주할 잠깐의 불편함을 피하려다 내 삶의 주도권을 통째로 넘겨주는 꼴이다.
미국 휴스턴대 경영대학원 교수인 바네사 패트릭은 신간 ‘거절의 기술’에서 거절을 체계적인 기술로 끌어올린다. 저자는 자신의 24번째 생일날 사소한 업무 요청을 거절하지 못해 홀로 빈 사무실을 지키다 자신의 생일 파티를 놓쳤던 무력감을 겪었다.
저자는 남들의 부탁을 무조건 다 들어주는 것이 결코 좋은 평판을 쌓는 길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지적한다. 부탁을 거절하는 쪽보다, 마지못해 승낙했다가 일을 제대로 완수하지 못하는 쪽이 평판에 훨씬 더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거절하는 법을 배운는 것은 ‘나 자신도 중요하다’는 원칙을 지키는 유익한 선택이다.
책은 거절하는 방식으로 ‘주도적 거절법’을 제시한다. 먼저 내가 진정으로 원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파악하는 자기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 또 자신만의 확실한 가치관을 바탕으로 거절의 기준이 될 단호한 규칙을 미리 세워둔다. 메시지를 전할 때는 단호한 태도와 눈빛 등 비언어적 표현까지 일치시켜 말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특히 저자는 거절할 때 “저는 못 해요”라며 외부에 주도권을 넘기고 무력감을 표현하기보다 “저는 ~하지 않습니다”라는 표현을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저는 퇴근 후에는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처럼 선을 긋는 방식이다. 이는 개인의 신념과 단호함을 드러내어 상대방에게 훨씬 더 큰 설득력을 발휘한다.
실용적인 평가 기준도 돋보인다. 저자는 상대방이 얻는 편익과 내가 치러야 할 비용을 비교하라고 조언한다. 식탁에서 소금통을 건네주는 일처럼 비용은 낮고 편익은 높은 일은 기쁘게 수락한다. 반면 파티를 여는 친구가 맛있는 라자냐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처럼 비용은 높고 편익은 낮은 일은 단호히 거절할 필요가 있다. 한정된 자원을 소중히 쓰는 것은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다.
저자는 “타인의 요청을 두고 고민할 때, 우리는 그들에게 돌아갈 이익뿐만 아니라 나 자신이 치러야 하는 비용도 따져봐야 한다”며 “우리가 내리는 모든 결정에는 대가가 따른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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