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상금 15억원, 우승상금 2억7000만원. 오는 21일 올 시즌 최고 상금을 걸고 막을 여는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의 무대인 포천힐스CC(파72)는 매 홀 명장면, 명승부를 만들어낸다. 그중에서도 수많은 선수가 안도의 한숨, 혹은 아쉬움의 탄식을 뱉는 ‘마의 홀’이 있다. 매해 난도가 가장 높은 홀의 악명을 지켜온 12번홀(파4)이다. ‘행운의 언덕’에서 지키는 자 그리고 이겨내는 자에게 미소를 보내는 최고의 승부처다.
◇12번홀에서 웃어야 최후에도 웃는다
올해로 7년째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이 열리는 포천힐스CC에서 12번홀은 전통적으로 가장 어려운 홀로 꼽힌다. 처음 이곳에서 대회가 열린 2019년 이후 2022년 대회 단 한 번을 제외하고 이 홀은 매해 난도 1위 홀로 꼽혔다. 지난해 이 홀의 사흘 평균 타수는 4.201타. 파만 기록해도 선방했다는 뜻이다. 작년 대회 네 번의 라운드 동안 이 홀에서 나온 버디는 32개. 보기는 95개, 더블보기는 6개 나왔다. 트리플보기도 1개 나오면서 악명이 높아졌다.
366m로 쭉 뻗은 이 홀은 페어웨이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왼쪽에는 워터해저드가 입을 벌리고 있다. 러프 공간이 많지 않아 샷이 조금만 감겨도 공이 내리막길을 타고 물속으로 사라진다. 오른쪽으로 밀리면 긴 풀에 공이 잠긴다.
페어웨이 폭은 고작 15m. 그렇다고 우드를 잡을 수도 없다. 366m로 전장이 긴 데다 그린이 땅부터 사람 키만큼 높이 있다. 일단 멀리 때려놓고 세컨드 샷을 아이언으로 공략해야 그린에 공을 세울 기회가 생긴다. 여기에 높은 경사면에 자리 잡은 그린은 앞에 실개천을 품고 있어 정확한 공략을 요구한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 박현경은 대회 첫날 이 홀에서 보기를 범해 1타를 잃었다. 티샷이 오른쪽 러프에 빠지면서 두 번째 샷에서 그린에 올리지 못한 탓이다. 최종 라운드에서는 이 홀에서 오히려 기회를 잡았다. 선두로 경기를 시작했지만 전반에 1타를 줄이는 데 그치며 윤이나의 추격을 허용한 박현경은 12번홀에서 티샷을 페어웨이로 잘 보냈고 2온에 성공해 버디를 잡았다. 최종 라운드 후반 유일한 버디를 이 홀에서 잡은 덕분에 한때 윤이나에게 역전당했지만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갔고, 우승컵의 주인공이 됐다.
2번홀(파4)은 2023년부터 새롭게 승부처로 떠오른 홀이다. 2022년까지 전장 316m, 평균 타수 3.976타로 비교적 쉬운 홀로 꼽혔지만 이듬해 전장을 20m 늘리면서 새로운 시험대로 떠올랐다. 2023년 대회에서 2명의 선수에게 트리플보기 악몽을 선사하며 다섯 번째로 어려운 홀이 됐고, 작년에는 평균타수 4.183타로 12번홀에 이어 두 번째로 어려운 홀로 기록됐다.
오른쪽으로 휜 도그레그홀은 전략적인 코스 공략이 필요하다. 작년 3라운드에서 공동 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안송이는 2번홀에서 쇼트커트를 위해 티샷을 오른쪽으로 보냈다가 깊은 러프에 빠졌다. 레이업을 시도한 두 번째 샷이 벙커로 향하면서 네 번째 샷 만에 그린에 공을 올려 더블보기를 범했다. 이 실수로 페이스를 잃은 안송이는 타수를 크게 잃고 우승 경쟁에서 밀려났다.
◇최고의 장면 18번홀, 드라마 만들까
반드시 잡아야 하는 ‘기회의 홀’도 있다. 전장이 짧은 8번홀(파4·271m)과 18번홀(파5·490m)이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선수들의 도전적인 플레이를 끌어내기 위해 우승자가 가려지는 최종 라운드에서 8번홀과 18번홀의 티잉 에어리어를 바짝 앞으로 당겨 각각 222m, 445m로 조정한다. 각각 원온과 투온을 유도하겠다는 의도지만 두 홀 모두 지난해 이글이 단 한 개도 나오지 않았다.
18번홀은 작년 KLPGA투어 대회 최고의 명장면을 만들어낸 홀이기도 하다. 연장전을 벌인 80분 동안 시청률은 2.68%. 4차 연장전은 순간 시청률 3.40%를 기록했다. SBS골프닷컴과 포털 사이트 네이버·카카오 생중계 동시 접속자는 10만 명을 넘겨 KLPGA투어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