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과잉 공급이 기형적 '네트워크 로펌'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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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열 신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이 2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변호사 시험 합격자를 현 수준보다 줄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솔 기자

조순열 신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이 2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변호사 시험 합격자를 현 수준보다 줄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솔 기자

“법조시장 수급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매년 무분별하게 많은 변호사를 배출해 온 것이 기형적 형태의 광고를 일삼는 ‘네트워크 로펌’ 탄생의 주범입니다. 업계 전반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변호사 감축이 시급합니다.”

지난 1월 취임한 조순열 제98대 서울지방변호사회장(사법연수원 33기·사진)은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변호사 시험 합격자를 현 수준보다 줄이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변호사시험법에 따라 변시 합격자 수 결정권을 갖는 법무부는 매년 4월 말 합격자 명단과 함께 전체 합격자 수를 발표한다. 올해는 오는 24일 예정돼 있다. 법조시장에 공급되는 인력 규모를 결정짓는 수치라 업계의 관심이 크다. 지난해 역대 최대인 1745명의 변호사가 배출됐다. 과잉 공급 때문에 변호사 간 출혈 경쟁이 일어나고, 이것이 곧 법률 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져 고스란히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게 변호사 단체의 주장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올해 변시 합격자를 1200명 이하로 감축하라고 정식으로 요구했다.

조 회장은 “미국식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 도입의 전제 조건은 법무사, 세무사, 노무사, 변리사 등 유사 직역을 통폐합해 전문 변호사가 이들 영역에 나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게 당초 합의였는데, 정부는 10년 넘게 이 문제를 방치해 왔다”며 “변호사가 계속해서 쏟아지는 와중에 유사 직역의 소송 대리권 요구까지 겹쳐 시장 불균형과 법조 윤리 저하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법조 생태계를 교란하는 소위 네트워크 로펌 주도의 과도한 광고 경쟁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는 게 조 회장의 진단이다. 그는 “대형 전관 변호사를 내세워 광고한 뒤 실제 소송은 다른 변호사가 맡아 수요자의 기대와 괴리가 생기고, 그 결과 업계 전반의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며 허위·과장 광고 행태에 대한 강력한 규제 방침을 강조했다. 조 회장은 “광고비 과다 지출은 법률 서비스에 투입돼야 할 비용을 줄이고 형식적인 변론, 윤리에 어긋나는 사건 수행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법률 서비스 수요자인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규제”라고 강조했다.

변협과 서울변회는 최근 변호사 광고에 ‘전관’ 용어를 쓰지 못하도록 관련 협회 규정을 개정했고, 규정을 어긴 변호사 또는 법무법인의 징계 수위도 높였다. 그간 과태료 부과에 그쳤다면 앞으로는 정직이나 제명까지, 개선 여지가 없다고 판단되면 영구 제명까지 처분할 수 있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규제 일변도가 아니라 적절한 대화도 병행할 계획이다. 조 회장은 “결국 네트워크 로펌으로 분류되느냐 아니냐가 관건”이라며 “로펌별 간담회를 열어 영업·광고 형태와 매출 규모, 비(非)변호사의 고용 형태 등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에 나설 것이며, 이를 토대로 규제 대상과 모범 사례를 명확히 구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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