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국의 육해공談]이대로라면, 한국은 항공 강국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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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국 산업1부 기자

변종국 산업1부 기자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 항공업계는 발전이 아닌 ‘현상 유지’에만 몰두해 왔다. 인천국제공항의 성공과 항공사 성장 등의 효과로 마치 항공 대국이 된 것 같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갈 길이 멀다”는 답답함이 밀려온다.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 무안=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 무안=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항공 관련 법만 봐도 그렇다.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키운 원인으로 ‘콘크리트 둔덕’이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사고 이후 콘크리트 둔덕과 여기에 설치된 방위각 시설의 위법성 여부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골몰하고 있다.

“방위각 시설이 설치되는 지점까지 각종 안전 규정이 적용되는 종단안전구역을 연장해야 한다”는 기준이 있다. 국토부는 “‘까지’라는 말은 콘크리트 둔덕 ‘전(前)’까지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까지’를 ‘포함’의 개념으로 해석하면 국토부가 법을 위반한 것이 되다 보니, 책임을 피하려 ‘해석’을 한 셈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법을 주로 참고한 국내 항공 관련 법은 명료하지 못하고 중구난방인 경우가 많다.

국내 공항 건설은 비용 편익보다는 정치적 입김에 더 좌우된다. 무안공항은 2007년 이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진짜 필요해서 지은 공항이 아니라, 선거와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의 입김에 따른 정치적 산물은 아니었나 싶다. 한국보다 인구수가 2배 넘게 많은 일본은 2010년 이바라키공항을 끝으로 공항을 새로 짓지 않고 있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공항의 비효율성이 국가적 문제가 되는 걸 경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 경기남부, 서산공항 등을 추진하고 있다. 진도가 더 나간 울릉, 흑산 공항 등을 합치면 10개에 가까운 공항이 더 생길 판이다. 인천과 김포, 김해, 제주를 제외한 나머지 공항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공항은 인력 부족 때문에 난리다. 인천과 김포공항의 보안 검색 인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 이후 한 번도 정원을 채운 적이 없다.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 때문에 공항에서 일할 사람이 부족한 것이다. 공항 내 인력 확보 및 처우 개선을 위해 10년 넘게 제자리인 공항 이용료 현실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신속출국 서비스(패스트트랙)를 도입하고 여기서 수익을 얻어 인력 문제 해결에 사용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일본은 한국보다 공항 이용료가 1.5배가량 높다. 보안 인프라 강화를 위한 ‘보안세’를 따로 징수한다. 한국은 공항 이용료 1000원을 올리고 싶어도 여론과 정치인들의 뭇매를 먼저 걱정해 입 밖에 꺼내지도 못한다. 그사이 공항 인력은 계속 떠나고 있다. 이러다 사고 날까 걱정이다.

독립된 항공 조직이 없다 보니 국내 항공업 발전이 더딘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항공산업을 총괄하는 국토부 항공정책실은 부처 내의 실 단위 조직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전문성 강화와 항공업 발전을 위해 ‘항공청’ 등 독립 조직을 만들자는 의견이 적지 않다. 미국, 영국, 호주, 싱가포르 등 항공 강국들은 독립된 항공 부처를 운영하고 있다.

손댈 곳이 너무 많다. 제주항공 참사를 계기로 항공업계의 묵은때가 조금이라도 벗겨지길 기대해 본다.

변종국 산업1부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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