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지로 표지 만든 윤동주 시집 최초본부터…30년 세월 품은 ‘초판본 보물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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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경기 이천시 ‘처음책방’에서 만난 김기태 교수는 자신이 수집한 최인호 작가의 ‘고래사냥’ 초판본(1983년)을 두고 “저자 얼굴이 표지에 들어간 첫 책”이라며 “최인호 선생이 어떤 자신감으로 그랬는지 모르지만(웃음), 그런 사연 하나하나가 재밌다”고 했다. 이천=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1948년 2월 16일. 윤동주 시인 3주기 추도식에 맞춰 출판사 ‘정음사’는 유고 시집을 내려 했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해 급한 대로 동대문에서 벽지를 구해 겉표지를 만들고 시집 10권을 제본했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게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최초본. 정식 초판본보다도 약 한 달 앞서 출간됐다.5일 경기 이천시에 있는 ‘처음책방’. 가로세로 125X185mm 작은 책을 김기태 세명대 미디어콘텐츠창작학과 교수(63)가 가리켰다. 갈색 표지엔 벽지의 거친 질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게 그 최초본이에요. 그땐 이렇게라도 만들 수밖에 없었던 거죠.”김 교수는 이런 책들을 30년째 모으고 있다. 세상에 나온 책의 ‘초판 1쇄.’ 지금까지 모은 단행본만 5만 종에 이른다. 2024년엔 수집 책 중 일부를 판매하는 초판본·창간호 전문서점 ‘처음책방’을 열기도 했다. 최근 초판 1쇄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 책 ‘김기태의 초판본 이야기’(처음책방)를 펴낸 그를 책방에서 만났다.● 책방에서 보물찾기 “아직 정리 중인 귀한 책들이 엄청 많습니다. 종일 설명해도 다 못 해요.”책방을 둘러보는 일은 ‘보물찾기’에 가까웠다. 김 교수가 상자에서 막 꺼내놓은 책을 펼치자 또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1956년 서울대 문리대 문학회가 만든 ‘문학’ 창간호도 그중 하나. 고 박맹호 민음사 회장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고,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이름도 보였다. 김 교수가 처음부터 수집가였던 건 아니다. 13년간 편집자로 일했는데, 취미 삼아 청계천 헌책방을 다니다 초판본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 산 건 잡지 ‘뿌리 깊은 나무’ 창간호였다.“그런 게 하나씩 들어오니까 재미가 있더라고요. 틈나는 대로 헌책방을 돌면서, 여력 되는 대로 사기 시작했습니다. 못 사면 눈앞에 아른아른하고 끌탕을 하는 거죠.” 책방엔 각종 잡지 창간호도 1만5000종이 비치돼 있다. 야구선수 양준혁, 탁구선수 현정화의 신인 시절을 담은 잡지부터 대우전자나 현대전자, 크라운베이커리 등 기업 사보도 있었다. 오래된 정기구독 지로용지가 책 사이에서 툭 떨어지기도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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