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출신 알프레트 브렌델 별세
16세 이후 독학… 40대 들어 명성
1931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난 브렌델은 유고슬라비아(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와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0대 때 음악원에 몇 년 다녔지만 16세 이후로는 대부분 독학으로 실력을 쌓았다. 고인은 생전 인터뷰에서 “스스로 모든 것을 알아가야 했다”면서도 “(덕분에) 특정 거장의 영향력에 물들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1949년 페루초 부소니 피아노 콩쿠르에서 4위로 입상하며 피아니스트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으나 초창기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건 1970년대 런던으로 이주한 뒤 필립스와 음반을 내면서부터였다. 그는 “젊었을 때의 커리어는 전혀 센세이셔널하지 않았다”며 “스스로도 마음에 들지 않는 프로그램을 런던 퀸엘리자베스 홀에서 연주했는데 다음 날 대형 음반사에서 계약 제안 3건이 들어왔다”고 회고했다.
브렌델은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5번 초연, 슈베르트 후기 피아노 음악,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전곡 등 수많은 명반을 남겼다. 특히 고인은 ‘베토벤 음악 해석의 거장’으로 평가받는다. 1960년대에 미국 레코드 레이블 복스에서 베토벤 피아노 독주곡 전곡을 세계 최초로 녹음했다. 깊은 사색과 지성이 담긴 연주로 ‘사색하는 피아니스트’라 불리며 사랑받았다.2008년 12월 빈 필하모닉과의 고별 공연을 끝으로 은퇴한 뒤엔 주로 강연이나 집필 등에 천착했다. 에세이집 ‘소리가 된 음악’(1990년), 시집 ‘원 핑거 투 매니’(2004년) 등을 남겼다. 바이마르, 케임브리지, 옥스퍼드, 예일, 줄리아드 등 세계 23개 대학 및 음악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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