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30주년…“전시공간 아닌 건축물로서 한국관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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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베니스 비엔날레의 한국관 전시가 '두껍아 두껍아: 집의 시간'이라는 주제로 한국관의 건축적 가치를 재조명하며 시작된다.

큐레이터 그룹 CAC는 한국관이 자연과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건축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으며, 특별히 각 아카이브 자료를 바탕으로 작업한 커미션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한국관의 과거, 현재, 미래를 탐구하며 건축의 시간성을 다각도로 고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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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예술감독 정다영·김희정·정성규

95년 악조건 속 건립된 한국관
그간 가려졌던 건축적 의미 조명
건축가·작가 4인 참여 작품에선
자연과 공존하는 한국관 다뤄
“국가관 지속가능성 탐구 기회”

‘2025 베니스비엔날레 제19회 국제건축전’ 한국관 전시 예술감독을 맡은 큐레이터 그룹 CAC(큐레이팅 아키텍처 컬렉티브)의 김희정, 정성규, 정다영 큐레이터(왼쪽부터). 이충우 기자

‘2025 베니스비엔날레 제19회 국제건축전’ 한국관 전시 예술감독을 맡은 큐레이터 그룹 CAC(큐레이팅 아키텍처 컬렉티브)의 김희정, 정성규, 정다영 큐레이터(왼쪽부터). 이충우 기자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은 시작부터 악조건 속에 건립됐고, 이후에도 전시 공간으로서 여러 단점을 극복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어요. 하지만 한국관을 건축 공간 그 자체로 바라본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오히려 국가관들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있다고 봅니다.”

‘2025 베니스 비엔날레 제19회 국제건축전’ 한국관 전시 예술감독을 맡은 큐레이터 그룹 CAC(큐레이팅 아키텍처 컬렉티브)의 정다영·김희정·정성규는 올해로 건립 30주년을 맞은 한국관의 건축적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껍아 두껍아: 집의 시간’을 주제로 한국관의 건립 과정을 살펴보고, 베니스비엔날레 국가관의 건축적 의미와 지속가능성을 탐구한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은 ‘인텔리전스: 자연적·인공적·집단적’을 주제로 5월 8~9일 프리뷰를 시작으로 11월 23일까지 6개월간 카스텔로 자르디니 공원에서 개최된다. 기후변화와 지속 가능한 건축, 인공지능(AI) 시대의 건축, 우주 건축 등을 폭 넓게 다룬다. 국가별 전시에는 세계 30여 개국이 참여하고 이 가운데 아제르바이잔, 오만 술탄국, 카타르, 토고 등 4개국은 올해가 첫 참가다.

‘2025 베니스비엔날레 제19회 국제건축전’ 한국관 전시 설치 전경 조감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5 베니스비엔날레 제19회 국제건축전’ 한국관 전시 설치 전경 조감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은 아시아 국가 중에는 일본에 이은 두 번째로 지난 1995년 건립됐다. 한국 건축가 고(故) 김석철과 이탈리아 건축가 프랑코 만쿠조가 공동 설계한 한국관은 화이트 큐브 형태의 일반적인 전시관이 아닌 철골조의 비정형 유리 건물로 지어졌다. 땅 위에 떠 있는 구조체에 가깝다. 건립 당시 카스텔로 자르디니 공원의 부지 내 나무를 한 그루도 손상시켜서는 안 된다는 베니스 시의 엄격한 지침에 따른 결과였다.

김희정 큐레이터는 “예를 들면 한국관은 유리창을 통해 전시장 내부로 햇빛이 너무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과거 전시 때마다 가벽을 세우는 등 수고스러운 일들이 많았다”며 “다른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오랜 시간 존재해왔기 때문에 그동안은 단점이 많이 부각됐던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에 CAC는 한국관이 가진 다층적 의미를 살피면서 기존 관점을 뒤집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성규 큐레이터는 “한국관 건립 후 30년이 지난 지금 건축계에서는 자연과 공존하는 지속가능성이 중요한 화두가 됐다. 한국관은 수십 년 전에 지어진 건축물임에도 이 같은 맥락에 잘 맞아 떨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강조했다.

한국관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함축한 이번 전시는 ‘두껍아 두껍아/헌 집 줄게/새 집 다오’ 구절로 유명한 흙놀이 전래동요를 모티브로 구성됐다. 전시는 크게 두 파트로 나뉜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지난 30년의 발자취와 그동안 무대 밖에 존재했던 건축물로서의 한국관을 샅샅이 파헤친다. 작품에 캡션을 붙이듯 한국관 곳곳에 명제표를 설치했고, 주변 수목에도 이름표를 달았다. 실내에는 한국관의 지하, 옥상 등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공간들이 함께 표시된 건물 모형과 도면 등이 전시된다. 한국관 건축 아카이브에서 수집한 여러 자료들을 편집한 다큐멘터리 영상도 만나볼 수 있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CAC 의뢰로 4명의 건축가·작가가 한국관의 아카이브 자료를 바탕으로 작업한 커미션 작품을 펼친다. 건축 설계사무소 아뜰리에 KHJ의 김현종 대표, 스튜디오 히치의 박희찬 디렉터, 플로라앤파우나의 이다미 대표와 독일 예술집단 플라스티크 판타스티크의 양예나 공동 디렉터다. 정다영 큐레이터는 “작가들은 공통적으로 물리적인 건축물에서는 보이지 않는 비인간적인 요소들을 섬세하게 조명한다. 그러면서 한국관이 자르디니 공원 안에서 주변 자연유산과 공존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고 설명했다.

양예나 작가가 가상의 땅속 이야기를 형상화한 조각 작품들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건물 아래 공간에 설치돼 있는 모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양예나 작가가 가상의 땅속 이야기를 형상화한 조각 작품들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건물 아래 공간에 설치돼 있는 모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들은 한국관을 개념적으로 해체, 재구성하면서 존재 가치를 일깨워 준다. 이다미는 한국관의 숨은 존재들을 화자로 내세워 다양한 존재들이 공존하는 한국관을 그리고, 양예나는 가상의 땅속 이야기를 통해 자르디니 공원의 원초적인 시공간을 다룬다. 또 박희찬은 한국관을 둘러싼 나무에 반응하는 건축 장치를 만들어 자르디니 공원의 중요한 유산인 나무를 조명하고, 김현종은 한국관만의 독특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옥상에 작품을 설치함으로써 관람객으로 하여금 모든 국가관이 공유하는 하늘과 바다를 보게 한다.

한국관은 올해 카타르관 등이 신설되기 전까지 지난 30년 동안 자르디니 공원 내 29개의 베니스비엔날레국가관 중 가장 마지막에 들어선 곳이기도 했다. 정성규 큐레이터는 “올해 카타르관이 새로 건립되면서 앞으로 다른 국가관들이 더 들어올 여지가 생긴 것”이라며 “그렇다면 한국관이 과거와 미래를 잇는 존재가 될 수 있고, 이번 전시가 베니스비엔날레 국가관들의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해 논의해볼 수 있는 하나의 장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CAC는 전시 기간 동안 한국관 공식 홈페이지의 ‘Conversations’ 섹션을 이런 이야기들로 채워나갈 계획이다.

나아가 이번 한국관 전시는 건축의 생애주기, 즉 시간성에 대해 다각도에서 고찰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다. 정다정 큐레이터는 “건축에 있어 시간이라는 게 꼭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건축은 늘 없던 것을 있게 만들고, 그래서 건축가들은 백지 상태에서 건물이 완성될 때까지의 타임라인을 그리는 데 익숙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만큼은 그 시간을 좀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시도를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오는 5월 9일 오후 2시(현지 시간)에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공식 개막식을 개최하고, 이어서 한국관 건립 30주년을 기념해 한국관의 역사적 의의를 탐구하는 특별 건축 포럼 ‘비전과 유산: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30년’을 개최한다. 아울러 아카이브 자료집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1996-2025’도 발간할 예정이다.

건축가 김현종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옥상에 설치할 예정인 건축 구조물 조감도. 이를 통해 관람객은 카스텔로 자르디니 공원에 있는 국가관들이 공유하는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게 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건축가 김현종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옥상에 설치할 예정인 건축 구조물 조감도. 이를 통해 관람객은 카스텔로 자르디니 공원에 있는 국가관들이 공유하는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게 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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