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15일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에 불법 체류 중인 베네수엘라의 마약 카르텔인 ‘트렌 데 아라과(TdA)’ 갱단원을 추방하겠다며 “적성국 국민을 즉시 검거·구금·추방하기 위한 재량권이 국토안보부 장관에게 부여된다”고 선포했다. TdA는 지난달 미 국무부가 멕시코 마약 카르텔들과 함께 ‘외국 테러 단체’(FTO)로 지정한 8개 갱단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방 명령 근거로 내세운 AEA는 미국과 프랑스의 전쟁 가능성이 커지던 1798년 제정됐다. 미국과 외국 정부 사이에 전쟁이 선포됐거나 미국 영토가 침공당했을 때 미국 시민이 아닌 외국인 등을 약식으로 구금 및 추방할 수 있도록 한다. 이 법이 실제 발동된 사례는 1812년 미·영 전쟁, 제1·2차 세계대전 등 세 차례뿐이다. 특히 2차 대전 당시엔 AEA에 따라 당시 적국이었던 독일, 이탈리아, 일본 출신의 미국 내 거주민이 3만 명 넘게 구금됐다.
하지만 같은 날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인권단체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이 제기한 이번 AEA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에서 “AEA는 국가 단위의 침략이나 전쟁이 일어났을 때를 의미한다”며 14일간 집행정지를 명령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명령을 내렸을 당시 추방 대상 갱단원들을 태운 항공기 2대가 이미 베네수엘라 인근인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까지 갔지만, 제임스 보스버그 판사는 “이들을 태운 비행기를 미국으로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고 명령했다.한편 미 국무부는 43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입국이 전면 금지되는 ‘적색 목록’에는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 예멘 등 11개국이, 입국이 부분 제한되는 ‘주황색 목록’에는 러시아 등 10개국이 포함됐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