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개봉한 영화 ‘애마부인’은 한국 최초의 본격 성애영화이자 한국 영화사상 가장 많은 후속편을 탄생시킨 최초의 프랜차이즈다. 선대의 호스티스 영화들이 도달하지 못한 과감한 성묘사, 그리고 이런 재현 모드와 완벽한 합치를 이루는 배우 안소영의 외모와 육체에 대중은 무서울 정도로 열광했다. 당시 개봉관이던 서울극장에 몰려든 관객 때문에 매표소가 붕괴되는 사건까지 있었으니 말이다.
지난 22일 공개된 넷플릭스 6부작 시리즈 ‘애마’(감독 이해영)는 ‘애마부인’의 제작 과정을 소재로 하면서 영화 밖의 세상을 읽어내는 드라마다. 당대의 관객들이 ‘애마부인’의 섹스어필과 여성의 육체에 집중했다면 ‘애마’는 영화를 탄생시킨 충무로 영화산업 그리고 산업의 구성원, 특히 남성 집약적인 영화산업에서 끊임없이 착취당하고 희생된 여성 배우들의 여정을 조명한다. 따라서 역설적으로 ‘애마’는 영화 ‘애마부인’과는 반대의 전제를 따르는 일종의 메타 필름·드라마다.
이야기는 영화 ‘애마부인’ 제작을 위해 영화 제작자 구중호(진선규 분)와 회사의 소속배우이자 당대의 스타 정희란(이하늬 분) 그리고 신인 감독 곽인우(조현철 분)가 주연을 맡을 신인배우를 모집하며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희란은 중호가 제안한 에로영화의 조연 ‘에리카’ 역을 어떻게든 피하기 위해 사방으로 애를 써보지만 결국 ‘애마’ 역을 선발하기 위한 오디션에 동참한다. 엄청난 인파 속에서 이들은 흙 속의 진주 신주애(방효린 분)를 발굴해 내고 촬영이 시작된다. 그러나 군부정권 시절에 제작된 많은 영화가 그랬듯 ‘애마부인’ 역시 정부와 검열의 제재로 제작 중단 위기에 처한다. 영악한 중호는 주애를 이용해 위기를 넘기고 영화는 가까스로 완성된다.
드라마 ‘애마’는 단언컨대 역대 넷플릭스 시리즈 프로젝트 중 가장 큰 성취 중 하나다. 6부작이라는 길지 않은 이야기에서 드라마는 많은 것을 역설하고 대변한다. 이야기 안에는 전두환 정권의 폭압적인 영화 검열의 단면이 있고, 야만적이면서도 낭만을 잃지 않은 충무로 영화산업의 신랄한 스케치가 있으며, 무엇보다 여성의 목소리가 있다.
‘애마’의 이야기는 이후 희란이 그동안 산업에서 성상납으로 혹은 다른 형태의 폭력으로 희생당한 모든 여성에 대한 응징을 실행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물론 이 과정을 함께한 그녀의 파트너, 주애와 함께.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난 순간 희란과 주애는 말을 타고 떠난다. 나체도 아니고, 바닷가도 아닌, 멋진 옷을 걸치고 광화문을 질주하며 말이다.
이 엄청난 프로젝트를 완성한 감독 이해영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애마’의 이야기, 캐릭터, 역사적 고증, 당시 의상과 미술까지 드라마는 어느 한 구석 공이 보이지 않는 구석이 없다. 물론 배우들의 활약 또한 언급해야 마땅하다. 이번 드라마는 주연을 맡은 배우 이하늬와 방효린, 진선규와 조현철을 포함해 조연 캐릭터들, 예를 들어 안길강, 우지현 배우까지 많은 배우의 대표작으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드라마 ‘애마’를 통해 ‘애마부인’은 이제야 제 자리를 찾은 듯하다. 애마와 에리카, 그리고 당대를 함께한 수많은 ‘애마부인’과 그들과 함께 질주한 말들까지도.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