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에 일조하며 ‘법치의 수호자’란 이미지로 각인됐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이라는 극적인 전환점을 맞았다.”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하자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내놓은 논평이다. 윤 전 대통령이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시 수사에서 활약한 스타 검사지만 본인 또한 비상계엄 선포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돼 탄핵심판을 받았고,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됐다는 의미다. 이날 주요 외신은 탄핵 인용 결정을 일제히 긴급 뉴스로 타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4일자 1면에 탄핵 선고 기사와 사진을 담았다.
상당수 외신은 이번 결정이 한국 민주주의 회복력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번 결정이 “한국 민주주의 여정에 중요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AFP통신은 미 조지메이슨대 손병환 교수를 인용해 “한국 민주주의가 ‘최악의 도전’인 쿠데타 시도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조희경 홍익대 법대 교수 또한 WP에 “거리에서 피를 흘리지 않고도 헌법 절차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을 해임할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다만 외신들은 한국 사회의 갈등과 혼란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WP는 수 개월간 한국을 뒤흔든 정치적 혼란의 종식이 어려울 것이며 진보와 보수의 갈등 또한 격화할 가능성을 점쳤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한국의 보수와 진보가 함께할 수 없었던 미성숙한 모습이 지금의 극한 분단을 낳은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계엄 같은 권력 남용을 방지하려면 “한국의 정치 체제 개혁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한국의 산적한 과제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AFP통신은 “리더십 공백 와중에 역사상 최악의 산불 같은 재해를 겪었고, 핵심 동맹인 미국으로부터 25%의 상호관세를 부과받았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도 관세 협상과 관련해 “임시 지도자가 있는 국가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힘의 우위’에 설 수 없다”고 평가했다.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 중국중앙(CC)TV 등도 탄핵 인용을 속보로 전했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에서는 이날 오전 검색어 1, 2위가 ‘윤석열 파면, 대통령직 상실’, ‘한국 60일 이내 대선’이었다.
한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윤 전 대통령 파면과 관련된 질문을 받고 “올해는 한일 수교 60주년”이라며 “양국의 긴밀한 협력은 안보뿐 아니라 지역 평화와 안정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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