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중 정부입법 마련 방침
절차 생략해 리스크 확산 방지
금융당국과 예금보험공사가 위기에 처한 금융사를 발 빠르게 구조조정할 수 있는 '신속정리제도' 도입에 나선다. 디지털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뱅크런'(대규모 인출)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고 있는 만큼 금융사 정리에도 패스트트랙 제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예보는 올해 안에 신속정리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금융산업 구조개선법 개정안'을 정부 입법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당국은 이르면 오는 6월 관련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밝힐 계획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김성식 예보 사장이 취임 초기부터 신속정리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해왔고, 금융위도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착수하면서 패스트트랙 제도 도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는 당국이 부실금융사를 정리할 때 사전에 시정계획안을 제출받고, 주주 등 이해관계자로부터 의견 청취 절차도 거쳐야 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자칫 금융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신속정리제도가 도입되면 예보가 여러 절차를 생략하고 2~3일 만에 부실금융사를 정리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시장 불안 확산을 최대한 차단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특히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하면 불과 몇 초 만에 통장에서 자금을 인출할 수 있는 디지털 금융 시대가 도래한 만큼 구조조정 속도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미 많은 해외 국가들이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선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벌어졌을 때 신속정리제도가 주목을 받았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이 제도를 통해 SVB가 파산한 지 이틀 만에 가교은행을 설립했고 자산을 안전하게 옮겨 불안 심리를 잠재운 것이다.
다만 당국은 신속정리제도와 관련해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대기보다는 좀 더 유연한 방식의 제도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당국은 금융사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기준인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너무 낮아지면 적기시정조치를 내린다. 이 같은 적기시정조치 제도는 유지하면서 이를 통해 경영 상황이 개선되는 것을 기다릴 시간조차 없을 때에만 신속정리제도를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김혜란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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