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무는 왕십리, 미나리는 서소문 밖이 최고···조선후기 한양에 대규모 농장 성행 [서울지리지]

3 weeks ago 2

문화

배추·무는 왕십리, 미나리는 서소문 밖이 최고···조선후기 한양에 대규모 농장 성행 [서울지리지]

18세기 이후 대동법 시행과 인구급증이 가져온 서울의 농업혁명

개발전 뚝섬나루터(1967년 3월 25일 촬영).

개발전 뚝섬나루터(1967년 3월 25일 촬영). 뚝섬에는 왕실목장이 있었으며 각 관청과 고관들이 땅을 야금야금 개간해 채소를 키우기도 했다. [서울역사박물관]

“왕십리의 무와 살곶이의 순무, 석교(石郊·성북구 석관동)의 가지, 오이, 수박, 호박이며, 연희궁(延禧宮·연세대)의 고추, 마늘, 부추, 파, 염교며, 청파(靑坡·중구 청파동)의 미나리와 이태인(利泰仁·이태원)의 토란들은 최상급의 밭에 심지. 모두 엄 행수(行首·우두머리 또는 노인)의 똥을 가져다 써야 땅이 비옥해지고 많은 수확을 올릴 수 있으며, 그 수입이 1년에 6000전(錢·10전=1냥)이나 된다네…”

박지원(1737~1805)의 <연암집> 중 ‘예덕선생전(穢德先生傳)’의 한 대목이다. 엄 행수는 도시의 온갖 더러운 똥을 수거해다가 농부에게 파는 이른바 똥장수다. 박지원은 “뒷간에 말라붙은 사람똥, 마구간의 말똥, 외양간의 소똥, 홰 위의 닭똥, 개똥, 거위똥, 돼지똥, 비둘기똥, 토끼똥, 참새똥을 주옥(珠玉)인 양 긁어간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통해 도시가 깨끗해지고 또한 그 똥으로 농부가 질 좋은 채소를 키워 도시에 공급하도록 도우니 엄 행수는 자신의 덕을 더러움 속에 감춘 채 선행을 베푸는 숨은 성자(聖者)인 셈이다. 박지원은 그런 뜻을 담아서 똥장수 엄 행수를 예덕선생으로 높여서 불렀다. 동시대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Adam Smith·1723~1790)가 제시한 ‘보이지 않는 손’의 개념도 연상된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좋아요 0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