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라이더도 받는다"...'건당 최저임금' 도입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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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급제 최저임금 첫 공식 심의
플랫폼·특고 적용 여부 쟁점
노동계 “소득보장 필요” 주장
경영계 “일자리 감소 우려” 반발
뉴욕 배달 최저임금 도입 뒤 수입 급증
라이더 수 감소·예약제 불만도
시애틀 '페이업' 효과 평가는 충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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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저임금 심의에서 플랫폼 종사자와 특수고용직(특고)에 대한 ‘도급제 최저임금’ 적용 여부가 심의 테이블 한가운데 올랐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최저임금 심의요청서에 처음으로 ‘도급제 근로자 별도 적용 여부’를 포함하면서다. 노동계의 '임금 현실화' 요구와 경영계의 ‘고용 역설’ 우려가 팽팽히 맞서고 있어 심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도급제 최저임금제 '부상'

24일 산업계에 따르면 올해는 최저임금 인상 수준과 함께 배달라이더·택배기사 등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1986년 최저임금법 제정 당시부터 제5조 제3항에 "도급제 등 시급 최저임금액을 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은 경우 최저임금액을 따로 정할 수 있다"는 규정이 존재했다. 하지만 실제로 발동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논의의 불씨를 당긴 것은 플랫폼 경제의 급성장이다. 2010년대 중반 이후 배달·대리운전 등 플랫폼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건당 수수료나 실적 연동 보수를 받는 특수고용·플랫폼 종사자는 현재 약 87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후 국내 첫 배달라이더 노동조합(라이더유니온)을 설립한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이 지난 2024년 최저임금위원회에 합류하면서 논의가 본격화됐다.

특히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급물살을 탔다. 정부가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등에 노무제공자를 근로자로 우선 추정하는 ‘근로자 추정제’ 신설을 추진하면서 플랫폼 최저임금을 설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정책적 동력을 얻게 된 것이다. 지난해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들은 고용노동부에 도급제 최저임금 관련 실태조사를 올해 심의 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도급제 최저임금의 핵심 난제는 계산 방식이다. 시급제와 달리 배달라이더, 대리운전기사, 택배기사 등 직종별로 업무 구조와 성과가 제각각인 만큼 일률적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는 분야는 배달라이더다.

박 부위원장은 2025년 배달라이더 최저임금으로 건당 5500원 이상을 제시했다. 주휴수당이 포함된 최저시급 1만1832원에 국세청이 정한 기준경비율(27.4%)을 더하면 시간당 1만6300원이다. 여기에 1.5킬로미터 배달 거리가 20분 정도가 걸린다고 할 때 ‘생산고’는 1시간에 3건이다. 결국 최저 배달료는 5500원 이상이 돼야 한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라이더 능력과 지역에 따라 다른 배달 건수·운행 거리 등을 표준화하는 게 난제다.

○뉴욕·시애틀 먼저 해봤더니…엇갈린 평가

해외에서도 플랫폼 노동자 소득 보호 입법이 잇따랐지만 평가가 엇갈린다. 뉴욕시는 2024년부터 플랫폼 배달원 최저임금제를 시행해 올해 4월 기준 시간당 22달러(팁 제외)까지 올렸다. 뉴욕시 최저임금(17달러)의 1.3배 수준이다. 뉴욕시 소비자·노동자보호국에 따르면 시행 첫 분기(2024년 1분기) 라이더 시간당 평균 수입은 11.72달러에서 19.26달러로 64% 뛰었고, 배달 건수도 8% 늘었지만, 라이더 수는 전년 대비 9% 감소해 정작 일자리는 줄어든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부작용도 일부 있다. 플랫폼 업체들이 최저임금 부담을 덜기 위해 실적 상위 배달원에게만 특정 시간대 접속 권한을 배정하는 '예약제'를 도입해 현지 라이더 커뮤니티에서는 "일할 기회가 줄어 주당 총수입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우버이츠와 도어대시는 결제 화면에서 팁 선택 옵션을 없애고 배달 완료 후로 시점을 미뤘다. 높아진 수수료에 '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에 뉴욕시는 2026년 1월 26일부터 주문 시 팁 옵션 제공을 의무화하는 새 법을 시행했다. 우버이츠와 도어대시가 지난해 12월 연방 법원에 가처분 소송을 냈지만 기각됐다.

시애틀은 2024년 앱 기반 노동자 최저보수 제도인 ‘페이업' 조례를 시행했다. 시간당 최저임금을 기반으로 하되 여기에 택시처럼 거리·비용 계수를 곱해 '건당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플랫폼 업계 단체(Flex)가 2025년 공개한 분석에서는 조례 시행 직후 배달 주문이 25% 줄고, 노동자의 앱 접속 시간 기준 시간당 수입이 28% 감소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반면 시애틀시 노동기준국(OLS)이 올 4월 공개한 보고서에서는 조례 시행 후 18개월간 배달·업무 건수가 3.2% 늘었고 대기시간을 포함한 노동자 평균 시급도 3.17달러에서 15.9달러로 상승했다고 반박했다.

노동계는 도급 근로자의 소득 보장이 안전 문제와 직결된다고 강조한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통상 하루 목표액을 정해놓고 일하는 라이더 입장에서 시간당 수입이 늘면 무리한 속도전이 사라지고 장시간 노동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반면 경영계는 비용 부담을 호소한다. 한 경제 단체 관계자는 "배달 플랫폼이나 소규모 도급업체가 최저임금 강제 적용에 따른 인건비 상승을 감당하지 못할 경우, 결국 플랫폼 노동자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고용 역설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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