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타고 온 중국인 관광객들이 지방 상권의 새로운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크루즈 기항지가 다양해지면서 기존에 서울, 부산 등 주요 관광지에 머물던 외국인 관광객 소비가 지방 소도시에까지 확산하면서다. 짧게는 몇 시간 머무는 일정에도 지역 곳곳에서 지갑을 열면서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최대 수십 배 뛰는 등 '예상밖 특수'를 누리고 있다.
크루즈 타고 서산까지…지역 곳곳 닿는 관광객 발길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중국인 관광객 약 1500명을 태운 국제 크루즈선 '비지오'호가 중국 톈진에서 출항해 충남 서산 대산항에 입항했다. 국제 크루즈가 해외에서 출발해 서산에 기항한 것은 이번이 처음. 크루즈에서 내린 중국인 관광객들은 오전 8시부터 약 10시간 동안 해미읍성, 동부시장 등 지역 주요 관광지를 둘러본 뒤 다음 기항지인 인천으로 이동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서산 지역에 머무른 시간은 채 하루도 안 되지만 파급력은 상당했다.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이날 대산항 인근 점포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세븐일레븐의 중국인 매출은 전년보다 무려 96배나 뛰었다.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은 올리브영의 서산 지역 외국인 매출도 154% 늘었다.
이처럼 유명 관광지가 아닌 인지도가 낮은 소도시가 이례적 외국인 특수를 누리는 배경에는 '지방 접근성'이 좋아진 데 있다. 크루즈 기항지가 종전보다 다양해지면서 서울, 부산 등 대표 대도시 위주로 여행 일정을 소화하던 외국인 손님들 발길이 지방 소도시로도 향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여행 방식'이 달라진 점도 특수에 힘을 보태는 요인이다. 과거 크루즈 관광은 선착장에 내려 깃발 든 가이드를 따라 정해진 관광지를 단체로 둘러보는 일정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자유여행 선호 추세로 크루즈 상품도 단체 관광과 자유 일정 중 고객이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화하는 추세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전 일정을 가이드와 함께 유적지 위주로 도는 수요가 많았다면, 요즘은 현지인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일정을 선호한다"며 "단체로 이동하더라도 특정 관광지에 도착하면 자유 시간을 부여한다. 관광객들은 그 시간 동안 주변 골목 상권을 탐방하며 쇼핑을 즐긴다"고 설명했다.
여행 트렌드 변화에 따라 소비가 이뤄지는 장소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관광지 기념품점이나 면세점 중심이었던 소비 패턴이 최근에는 한국의 실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편의점이나 올리브영 같은 곳이 '쇼핑 성지'로 부상했다. 실제 서산 지역 편의점의 외국인 판매 상위 품목을 살펴보면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밀키스 등 온라인에서 '한국에 가면 꼭 사야 하는 아이템'으로 입소문 난 제품들이 차지했다.
제주 크루즈 수요도 회복세…'맞춤형 대응' 속도
제주 지역 역시 크루즈 관광으로 인한 매출 증대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26일 중국 상해에서 출항한 국제 크루즈선은 중국인 관광객 2500명을 태우고 제주 서귀포시 강정항에 도착했다. 이들이 제주에 머문 사흘간 항만 인근 GS25의 중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9%, 세븐일레븐 매출이 19% 늘었다. 같은 기간 서귀포시에 위치한 올리브영 매장의 외국인 매출 역시 94% 증가했다.
원래 제주는 크루즈 관광객 수요가 높은 대표적 지역이지만 코로나19 시기 운항이 중단돼 한동안 침체를 겪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크루즈를 타고 제주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약 58만6000명으로 전년(2024년 50만2000명)보다 약 16.7% 증가했다. 전체 크루즈 외국인 입도객 가운데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약 78%에 달했다.
방한 중국인들의 소비 범위가 전국 상권으로 넓어지면서 유통업계는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이 지방까지 찾는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거점 점포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며 "기존 명동과 부산 등 주요 관광지에서만 운영하던 환전 서비스 등도 지방 점포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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