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당시 방화셔터가 녹아내릴 정도의 강한 열기로 건물의 방화구획 기능이 사실상 무력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량의 가연물과 복잡한 물류시설 구조가 겹치며 진화에 장시간이 소요된 가운데 내부에는 리튬배터리를 탑재한 물류 로봇과 대량의 포장 비닐까지 적재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자칫 더 큰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소방본부는 21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물류창고에 대량의 가연물이 적재돼 있어 높은 화재 하중과 강한 복사열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방화셔터가 녹아내렸다”며 “방화구획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화재가 주변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물류센터의 높은 층고와 건물 구조 역시 진화를 어렵게 한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단일 층고가 10m에 달해 소방용수가 가연물 상부와 내부 깊숙한 곳까지 충분히 침투하지 못했고, 불길이 건물 6∼7층에서 집중적으로 번지면서 지상 방수의 주수력도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고층부를 향해 장시간 대량의 소화용수를 공급해야 하는 점도 진화 작업의 난관이었다.
이에 소방당국은 건물 외벽 6·7층에 지속적으로 냉각수를 분사해 연소 확산을 억제하는 동시에 내부 집중 방수를 실시해 바닥에 고인 물에서 발생한 수증기로 연소 속도를 늦추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또 6층 환기구와 외벽 샌드위치 패널을 파괴해 방수 개구부를 확보하고, 국가소방동원령에 따라 투입된 고가굴절차 31대를 건물 4개 방면에 배치하는 등 대용량 방사포와 특수 장비를 총동원했다.
소방당국은 특히 리튬배터리를 사용하는 물류 이송 로봇 수백 대가 보관된 5층을 ‘최우선 연소 차단 구역’으로 설정했다. 화재 초기에는 로봇 무선통신 제어망이 끊기면서 로봇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조치도 불가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불길이 5층까지 번질 경우 리튬배터리 열폭주로 화재가 급격히 확산하고 인근 SK인천석유화학 공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해 5층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방수와 저지선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건물 내부에는 배송용 포장 비닐과 종이상자 등 가연성 물질도 대량 보관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근무자들은 4·5층에 배송용 비닐이 적재된 팰릿 수십 개가 쌓여 있었으며,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6층에도 생활용품과 종이박스 등이 대량 적재돼 있었다고 전했다. 비닐은 화재 시 많은 유독가스를 발생시키는 대표적인 가연성 소재다.
만약 불길이 4~5층까지 확대됐다면 리튬배터리와 가연성 포장재가 동시에 연소하면서 피해 규모가 훨씬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이 보는 이유다.
이번 화재는 지난 18일 오전 6시 54분 인천 서구 석남동 쿠팡 제32물류센터(지상 8층·연면적 약 29만9천㎡) 6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약 61시간 만인 지난 20일 오후 8시께 주불을 잡았으며 현재 잔불 정리와 안전 점검을 이어가고 있다.
21일 오전에는 국가소방동원령 일부가 해제됐으며, 소방청을 비롯한 8개 기관이 참여하는 중앙 화재 합동조사단이 꾸려져 발화 원인과 화재 확산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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