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농구(NBA) 결승 5차전이 열린 지난 13일(현지시간). 뉴욕 닉스가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94-90으로 꺾고 4승 1패로 우승하자 맨해튼 센트럴파크 야외공연장(서머스테이지)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경기를 보던 5000여명의 팬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센트럴파크 내 스케이트장(3000명), 브라이언트파크(5000명) 등 뉴욕시가 마련한 단체 관람 장소에서 "고 뉴욕, 고 뉴욕, 고!(Go NY, Go NY, Go!)"란 닉스 응원 구호가 메아리쳤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경기가 끝났지만 닉스의 홈구장인 매디슨스퀘어가든(MSG) 주변에는 1만여명의 팬들이 집결해 축제를 즐겼다. 지난 8일 MSG에서 열린 3차전에는 뉴욕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NBA 결승전을 관람했다.
반세기 걸린 우승
이번 결승 직후 뉴욕시 전체가 광란의 도가니에 빠져든 이유는 닉스가 우승컵을 되찾기까지 반세기가 넘게 걸렸기 때문이다. 닉스는 1946년 NBA 출범과 동시에 창단해 역사가 가장 오래된 구단 중 하나다. 미국 최대 도시를 연고로 하는 만큼 인기 역시 다른 팀들을 압도한다. 하지만 우승 횟수는 단 두 차례(1970년, 1973년)에 불과했다. 마지막 결승 진출도 27년 전인 1999년이었다.
1990년대에는 스타 플레이어 패트릭 유잉을 앞세워 강호로 군림했지만 21세기 들어서는 줄곧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NBA는 동부와 서부 지구 각 15개팀 중 상위 각 8개팀이 플레이오프를 치러 우승팀을 가리는데, 닉스가 2000년부터 2020년까지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횟수는 5차례에 불과했다.
닉스는 오랫동안 미 프로스포츠계에서 방만 경영의 대명사처럼 불렸다. 빅마켓인 뉴욕이 연고지라 성적이 안나와도 비싼 티켓값과 중계권료 등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 닉스의 올 정규시즌 평균 티켓 가격은 213달러로 2위 LA 레이커스(146달러)보다 46% 비쌌고, 전체 30개 구단 평균(53달러)의 네 배였다. 이번 결승전의 경우 싼 좌석은 3000달러, 비싼 좌석은 6만5000달러였다. 닉스가 하위권을 전전하던 2016년부터 6년간 구단 가치는 NBA 1위(포브스 선정)를 기록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은 성적이 나쁜 닉스에 오길 꺼렸고, 구단은 한물 간 스타에게 거액을 안기는 식의 악순환을 반복했다.
암흑기 끝낸 ‘슈퍼 에이전트’
닉스의 암흑기를 끝낸 인물은 2020년 3월 부임한 리온 로즈 사장이다. 그는 미국 최대 연예·스포츠 기획사인 CAA(Creative Artists Agency)에서 농구 부문을 총괄하던 에이전트였다.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 등 NBA 대표 스타들이 그의 고객이었다. 감독 출신이나 구단 행정을 담당하던 임원이 사장이 되는 게 일반적임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인사였다.
로즈 사장은 취임 직후 고비용·저효율 선수들을 내보내는 것에 힘을 쏟았다. 고액 연봉자에게 재계약을 제시하지 않거나 기존 계약을 파기하는 식으로 첫 해에만 선수단 몸값을 4000만 달러 줄였다. 구단 행정 조직에도 메스를 댔다. 닉스 스카우트팀은 유망주를 발굴한다며 해외 여러 나라에 스카우터를 파견하며 막대한 출장비를 썼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로즈 사장은 주먹구구식으로 일하던 스카우터들을 정리 해고하고, 데이터 분석가 등을 충원해 과학적 통계를 기반으로 선수를 선발했다. 연예인 등 유명인사에게 남발하던 공짜표도 줄였다.
25년 간의 에이전트 경험으로 선수 보는 눈이 뛰어났던 로즈 사장은 아낀 지출을 저평가된 선수 영입에 썼다. 닉스의 1옵션(가장 많은 득점을 책임지는 선수)인 제일런 브런슨이 대표적이다. 브런슨은 2016년과 2018년 빌라노바대학을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챔피언 자리에 올리며 네이스미스상(대학 최고 선수상)을 탔다. 그럼에도 농구 선수로서는 작은 키(188cm) 때문에 2018년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 순번이 전체 60명 중 33번째까지 밀렸다. 그를 지명한 댈러스 매버릭스에서 뛴 네 시즌 동안 주전으로 활약한 것은 마지막 시즌 뿐이었다. 그는 2022년 플레이오프에서 팀의 간판 스타였던 루카 돈치치(현 LA 레이커스)가 부상 당하자 1옵션 역할을 맡아 팀을 이끌었다. 이를 눈여겨 본 로즈 사장은 그해 여름 자유계약선수가 된 브런슨을 4년간 1억400만 달러를 주는 조건으로 영입했다.
다른 팀 에이스들과 비교하면 반값에 해당하는 연봉이었지만, NBA 올스타에 뽑혀본 적이 없는 선수가 1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맺은 첫 사례였다. ESPN 등 스포츠 매체들은 "닉스가 또 헛돈을 썼다"며 비아냥댔다. 하지만 닉스는 브런슨 합류 직후부터 네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강팀으로 거듭났고, 이날 53년 만의 우승까지 일궈냈다. 브런슨은 결승전 MVP에 올랐다. 로즈 사장의 브런슨 영입을 비판했던 ESPN은 "브런슨은 어떻게 의심의 여지 없는 뉴욕의 왕이 됐나"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게재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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