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순천에 거주하는 방광 천공 환자가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전국을 전전한 끝에 400km 넘게 떨어진 인천에서 응급 수술을 받고 큰 고비를 넘겼다.
가천대길병원은 최근 방광 천공으로 긴급 이송된 김연화 씨(55)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21일 밝혔다. 오랜 종양 치료로 방광 기능이 저하됐던 김 씨는 갑작스러운 복통과 배뇨 장애로 응급실을 찾았다. 내원 당시 복부가 팽창할 정도로 소변이 차올라 다급히 빼냈지만 얇아진 방광벽에 결국 천공이 발생했다. 자칫 패혈증 등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외과 수술이 시급했다.
하지만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해당 병원 의료진이 전라남·북도를 비롯해 경상권과 충청권 등 주요 응급의료센터에 수차례 전원을 문의했으나 중증환자 병상과 수술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모두 수용 불가 통보를 받았다.
환자 상태가 점점 악화하자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은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혀 가천대길병원에 연락을 취했다. 당시 당직의였던 박태영 가천대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김 씨의 CT(컴퓨터단층촬영) 영상을 확인한 직후 즉각 로봇수술팀을 꾸리고 수용을 결정했다.
박 교수는 “전원 문의가 왔을 당시, 환자의 과거 항암 치료 이력 탓에 수술이 까다로울 것으로 예상돼 의료진으로서도 부담이 컸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중증 응급환자의 응급실 뺑뺑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상황에서 우리마저 외면하면 환자에게 더 이상 선택지가 없다는 생각에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후 전남 순천에서 인천 가천대길병원까지 소방헬기를 이용한 긴급 이송 작전이 펼쳐졌다. 박 교수팀은 환자의 방광 조직이 워낙 얇고 손상 범위가 넓은 점을 고려해 로봇수술을 택했다. 고해상도 3차원(3D) 시야와 정교한 기구 조작이 가능한 로봇수술을 활용해 정상조직 손상을 최소화하고 얇아진 방광벽을 세밀하게 봉합함으로써 환자의 회복을 앞당길 수 있었다.
일상으로 복귀한 김 씨는 “복부가 심하게 팽창하고 천공까지 생겼다는 소식에 눈앞이 캄캄했는데 치료 가능한 병원이 전국에 없다는 사실에 더 큰 좌절을 느꼈었다”며 “다행히 길병원에서 포기하지 않고 받아준 덕분에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여러 병원에서 수용을 거절당한 서러움과 두려움 때문인지 환자분이 입원 내내 눈물을 흘리셔서 회진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다”며 “우리 병원이 위치한 서해 권역은 섬이 많아 응급환자 이송이 까다롭고 사실상 의료가 고립된 곳이 적지 않은데 앞으로도 갈 곳 없어 애태우는 중증 응급환자들의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을 주축으로 한 전국 단위의 병원 연계 시스템과 백혜원 가천대길병원 응급실 코디네이터, 장선아 가천대길병원 비뇨의학과 수간호사 등 의료진의 기민한 대처가 주효했다. 김태범 가천대길병원 로봇수술센터장은 “중증환자는 단 몇시간 차이로 생사가 엇갈릴 수 있다”며 “앞으로도 최종 치료 거점 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가천대 길병원은 최근 국내 최초로 ‘중증응급병원’을 설립하고 로봇수술센터 등 고난도 치료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는 등 진료 역량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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