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위 가구는 생계비가 지출 43% 차지
전체 평균 28% 크게 웃돌아
노년층서 인플레 격차 뚜렷
부의 효과 고소득층에 집중
하반기 양극화 우려 더 커져
반도체 분야의 호실적과 증시 호황 등으로 소비심리가 회복세를 보였지만 저소득층의 생계비 부담은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증가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데다 고물가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연말로 갈수록 금리 부담에 서민층 소비 여력은 더 약화될 전망이다. ‘K자형 소비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셈이다.
7일 매일경제가 국가데이터처의 올해 1분기 가계동향조사를 분석한 결과 저소득층의 식료품과 주거비 부담은 고소득층에 비해 두 배 가까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경우 명목 소비지출 가운데 식료품· 비주류 음료 및 주거·수도·광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42.5%에 달했다. 전체 평균(28.3%)을 크게 웃돈 것이다.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는 22%로 가장 낮았다. 에너지 가격과 전월세 상승 등 인플레이션의 충격이 저소득층에 더 크게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전체 가구의 명목소득이 2.4% 증가하는 동안 소비지출은 5.3% 늘었다. 특히 1분위의 소비지출 증가율이 7.1%로 전체 소득분위 중에서 가장 높았다.
저소득층의 생계비 부담은 코로나19 이후 계속 커지는 모양새다.
한국재정학회 학술지 ‘재정학연구’ 최근호에 게재된 윤종인 백석대 경상학부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2020년대 들어 식료품과 주거용 에너지를 중심으로 ‘인플레이션 불평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플레이션 불평등은 1인당 실질총지출 상위 25% 가구와 하위 25% 가구가 체감하는 물가상승률 차이를 의미한다. 총지출이 적은 가구의 물가상승률이 더 높을 경우 인플레이션 불평등이 존재하는 것으로 본다.
특히 식료품과 주거용 에너지 상승이 하위 가구의 인플레이션 불평등을 키우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물가가 높아져도 수요를 쉽게 줄이기 어려운 비탄력적 품목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교육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물가 상승에 대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노년 가구에서 인플레이션 불평등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윤 교수는 “최근에 인플레이션 불평등이 보다 뚜렷해지고 있는 것은 주의할 만한 일”이라며 “품목효과와 연령효과가 이어진다면 향후 인플레이션 불평등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주거용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저소득층의 부담을 완화하고, 특히 저소득 노년가구의 물가 부담을 줄이는 정책이 시급한 과제로 제시됐다.
고물가가 계속될 경우 소비 회복세가 지속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반기에는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로 가계의 금융 비용이 확대되는 데다 상반기 소비를 뒷받침했던 경기부양책 효과도 점차 희석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제민·조준우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소비는 2분기까지 회복세가 강화된 이후 하반기에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반도체 수출 급증으로 대외부문 경제 체급이 달라지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우려 있으므로 조세 형평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부 산업의 성과급 지급 확대에 따른 실질임금 상승과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부(富)의 효과’가 소비를 일정 부분 지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고소득층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 소비 양극화는 오히려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실제로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를 제외한 가계수지도 소득분위별로 큰 편차를 보였다. 1분기 기준 1분위 가구는 평균 43만8000원 적자를 기록한 반면, 5분위는 344만5000원 흑자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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