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지을 쌀이 없다" 주부들 한숨…역대급 상황에 민심 요동 [최만수의 일본뉴스 오마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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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지을 쌀이 없다"...日총리 변수로 떠오른 쌀값 [최만수의 일본뉴스 오마카세]

일본 나가사키시에 사는 주부 스즈하라 씨는 요즘 크게 오른 쌀값 때문에 고민이다. 그는 “수입은 늘지 않는데 물가만 계속 오르고 있다. 밥 대신 면을 자주 먹는다”며 “다음 총리는 다른 무엇보다 쌀값 안정에 신경을 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일본 쌀값이 또 다시 폭등하면서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햅쌀 유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9월이 됐지만 가격이 내리기는커녕 역대급으로 치솟는 상황이다. 쌀값이 차기 일본 총리를 결정할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14일 니혼게이자신문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전국 마트를 상대로 조사한 쌀 5㎏ 기준 평균가는 4155엔(약 3만9220원)으로 전주보다 6.8% 올랐다. 2주 연속 급등세다.

일본 쌀값은 지난 5월 한때 5㎏ 기준 4285엔까지 치솟았다가 ‘반값 쌀’로 불리는 정부 비축미가 방출되면서 7월 하순 3542엔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수의 계약으로 방출한 저가 비축미 유통량이 줄고, 고가 햅쌀이 판매되면서 평균 쌀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 정부는 당초 올해 쌀 생산량이 전년 대비 56만t 늘어나 쌀 부족 현상이 해소되고 가격도 안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장마가 이른 시점 종료되고, 가뭄에 따른 물 부족 현상이 심화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일본 벼 품종은 대부분 냉해에는 강하지만 고온에는 약한 편이다. 특히 일본의 대표 고급 쌀인 ‘고시히카리’가 높은 기온에 취약하다. 고온피해로 쌀알이 희게 변하는 ‘유백미’가 늘어 1등급 쌀의 비율은 80% 수준으로 떨어졌다.

"밥 지을 쌀이 없다"...日총리 변수로 떠오른 쌀값 [최만수의 일본뉴스 오마카세]

한국에서 쌀 5kg이 2만원 정도에 판매되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의 쌀값이 2배 가량 비싸다. 일본 국민은 주식인 쌀이 비싸지자 식비를 절약하고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일부 식당은 스시나 덮밥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일본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이는 일본은행(BOJ)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쌀값 폭등이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쌀값 폭등이 내달 4일로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과 함께 유력한 차기 총재로 꼽히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은 과감한 정부 비축미 방출로 국민들의 지지를 얻은 바 있다.

쌀값이 다시 고공행진하면 그에 대한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 교도통신이 지난 11∼12일 616명(유효 응답자 기준)을 상대로 차기 자민당 총재에 적합한 인물을 물어본 결과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22.5%의 응답률을 얻어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28.0%)에 5.5%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지난 13일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에서 열린 지지자 모임 후 “당을 다시 하나로 묶어 야당과 맞서고, 국민이 가장 원하는 물가 대책 등을 해결하고 싶다”며 “동료들과 함께 도전하겠다는 마음을 굳혔다”고 출마 의향을 밝혔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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