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고율 관세에 따라 미국 외 지역 개척에 나선다. 미쓰비시자동차는 브라질을 통해 중남미 각국으로 수출을 시작한다. 마쓰다는 멕시코에서 미국용 소형차 수출을 줄이고 다른 지역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일본산 자동차 관세는 16일부터 27.5%에서 15%로 인하됐지만, 종전 2.5%보다는 높은 관세가 굳어지면서 새로운 체제 마련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현지시간 16일 오전 0시1분(일본 기준 16일 오후 1시1분)부터 일본산 자동차 관세를 인하했다. 기존 2.5%를 더해 일본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의 관세 부담은 27.5%에서 15%로 낮아졌다. 미·일 정부가 7월 22일 자동차 관세 인하에 합의한 지 56일 만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완성차 7개 업체는 이 기간 하루 약 30억엔을 추가 부담했다. 단순 계산하면 1680억엔가량 손실을 봤다.
일본산 자동차 관세율은 인하됐지만, 4월 이전까지 적용되던 2.5%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세계 2위 시장인 미국에 중점을 둬왔으나, 높은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외 판매처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고 전했다.
미쓰비시자동차는 브라질에 중남미 수출 거점을 마련했다. 지금까지는 브라질 수출에 머물렀지만, 아르헨티나 등 주변국 수요를 흡수할 계획이다. 이 업체는 그동안 미국 판매 전량을 수출에 의존했다. 올해 관세 영향은 320억엔에 달할 전망이다. 올해 순이익은 작년 대비 76% 급감한 100억엔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마쓰다는 멕시코에서 미국으로의 소형차 수출을 줄이기 시작했다. 관세 탓에 수익성이 악화해서다. 8월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마쓰다 3’는 전년 동월 대비 57% 감소한 960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CX-30’은 37% 줄어든 3970대였다. 이들 차종은 캐나다나 콜롬비아로 수출을 늘리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오랜 기간에 걸쳐 시장 다변화를 위해 노력했다. 작년 기준 글로벌 판매(1027만대)에서 미국 비중은 23%에 그친다. 그럼에도 고삐를 조이는 모습이다. 지난 3일에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전기차 현지 생산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사토 고지 도요타 사장은 “고객과 가까운 곳에서 수요에 대응하고, 적시에 차량을 공급할 수 있도록 지역에 맞춘 개발 및 생산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